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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써 보고 싶다. 심플하게 읽어내려가는 그런 글을."
어느 날, 카페에서 책을 읽다가 문득 생각을 했습니다. "글은 글인데 심플하게 읽어내려갈 수 있는 그런 글을 써 보고 싶다." 이런 생각이었습니다. 엄청난 동기 부여를 통한 혹은 드라마틱 한 (Dramatic) 시작은 아니었어도 막연하게나마 무언가를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은 확실히 다가왔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에 한 명인 무라카미 하루키와 같은 실감 (개인적으로 정말 현실적으로 공감이 되었던 이야기여서 그런가 저에게도 그런 순간이 찾아오기를 내심 기대도 했던 것 같습니다.) 은 아쉽게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분명하게 그런 생각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글이라는 것에는 참으로 다양한 카테고리가 있습니다. 논평, 에세이, 기사, 대본 등 그 종류만 해도 상당할 것입니다. 이렇게나 서로 다른 형태와 목적을 가진 글 속에서 제가 떠올린 대상은 "소설"이었습니다. 얼마나 다양한 종류의 글이 있는지도 몰랐고 그 차이를 구별할 수도 없었음에도 실감으로써 "소설"을 생각했습니다.
[a. 가끔 카페에 앉아서,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읽다 보면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술술 읽히는 글에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상징과 그 메타포를 담아낼 수 있었는지, 무슨 생각으로 펜을 들었을까?" 이런 생각들입니다.]
"소설"을 생각해보면, 기존에 가진 지식을 풀어서 써내는 것과도 다르고 또 이미 발생한 혹은 발생할 예정인 사회적인 현상에 대한 의견을 전달하는 것과도 다릅니다. 그래서 소설은 아무래도 "없던 것에서 뭔가 적절한 수단을 통해 그 존재를 드러내는 일" 이라고 느껴졌습니다. (어디까지나 제 주관적인 느낌이라 소설의 정의와 맞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없던 존재를 형상화하는 작업에 가깝지 않을까 싶습니다.)
[b. 건축이라는 것도 비슷한 과정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건축가가 바라본 무언가 (혹은 그런 감성)를 도면이라는 수단을 통해 선으로 표현하고 그렇게 표현된 도면은 물리적인 촉감을 가진 재료를 통해 실물로써 구현화되는 그런 과정과 유사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라는 거창한 생각보다는 제가 느끼는 실감에 대해서 제가 가진 언어와 호흡 (수많은 책을 봐도 그 사람의 것을 훔쳐낼 수도 없고 수억 원을 써도 평생 가질 수 없듯이)으로 어떠한 지식의 제약을 받지 않고 자유분방하게 써 내려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았던 것 같습니다. 적어도 소설이라는 하나의 카테고리에 대해서 입니다.
그래서 "소설"을 쓰는 것에 대해서는 일단 그 방향성을 정했으니, 지금은 소설을 쓸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 현재의 단계인 것 같습니다. 적어도 상상 속에 담긴 생각들을 글이라는 수단을 통해서 나타낼 줄 아는 것 그리고 짧은 호흡과 터치로 담아낼 수 있는 것, 여기까지가 연습의 과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상대적으로 그 분량이 적은 "단편소설"을 가장 먼저 써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단편소설은 중편 혹은 장편소설보다 상대적으로 쉽다"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제가 낼 수 있는 호흡의 양으로 봤을 때 시작으로써 좋을 것 같았습니다. 개인적으로.
[c. 뭔가를 "담아낸다"라는 말이 참 좋습니다. 누군가가 만든 하나의 공간에 무언가를 넣는다? 혹은 그 공간에서 무언가를 표현한다? 이런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 그 의도에는 이 공간을 만든 건축가의 진심이 담겨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그 진심은 하나의 형태로 구현되었을 거라고 봅니다.]
아직은 부족한 연습에 "제가 가진 적절한 수단으로 무언가를 담아낸" 글이라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상상하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왜냐면 현재는 저만의 색감 혹은 저만의 심플함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소설을 적어보자는 방향성이 확실해져서, 다가오는 3월에 본격적으로 써 내려갈 생각입니다. 그전까지는 어떤 내용으로 전개를 할지 꽤 깊은 고민을 해야 할 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지난 글에서 쓴 것과 같이 그 제목은 어렴풋이 정해놨는데,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 부지런히 책을 읽고 또 여기저기 산책을 다니면서 천천히 생각을 해봐야겠습니다. (아무래도 아직도 멋쩍은 느낌이 많이 듭니다.)
[d. 혹은 새롭게 찾아가 보는 공간에서도 낯선 생각들이 찾아오는데, 그런 순간을 가만히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 활성화되는 감각이 이런 상상력에도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것도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아마도 그럴 것 같아요.) 다만, 금방 잊혀서 아쉬울 때가 있습니다.]
[e.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찾아오는 이런 시간은 요즘 꽤 활력소가 됩니다. 퇴근을 하며 걷는 그 순간에도 전철을 타면서 오는 그 순간에도 뭔가 찬란한 (사진과 같이 경외감이 드는 그런) 상상의 생각들이 가볍게 지나가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걸 저의 실감으로 잡아낼지 아니면 그저 놓아줄지는 어디까지나 저에게 달려있습니다.]
결론에 이르기까지 너무나 많은 그리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했지만, "소설을 쓴다는 것은 결국 저의 실감을 담아내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실감을 담아낼 수 있는 적절한 수단을 찾아가는 과정이 지금입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습니다.
잠깐의 욕심과 찰나의 편협함은 조금은 뒤로하고 지금은 그 과정을 오롯이 그리고 온전하게 맞이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적어도 그런 과정을 알차게 지나가보고 싶습니다.
#생각의정리 #소설을쓴다는것에대해서담아내는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