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1 Marsala 18-1438
나를 온전하게 이해시키기 위함인지 혹은 그의 대화 방식인지는 모르겠으나 '해야 할 이야기의 순서와 방향'에 상당히 고심을 하며 그는 말을 이어나갔다.
“대부분은 그룹의 회장이면, 경영적인 부분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오히려 브랜드(Brand) 그리고 그 상징(Symbol)을 더 중요하게 본다네. 그리고 그 상징을 시각적으로 보호하고 구성하는 색 또한 동일한 범주 안에 있다고 생각하지, 이건 그만큼 중요한 것일지도 모르는 걸세.”
“자네가 맡은 일 또한 그런 필요에 의해서 탄생한 프로젝트였네. 솔직히 말하면 큰 기대는 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군… 다만, 나는 그 결과물들이 궁금했을 뿐이야.”
“하지만 그중에서 자네의 제안서가 가장 인상 깊었네. 이런 표현이 적절할지는 모르겠지만 또 다른 내가 존재한다는 상상이 들었을 정도였으니까. 무엇보다 자네가 찾아낸 색과 함께 페이퍼 안에 적혀있던 문구가 더 오래 기억에 남더군.”
“아마, ‘마음의 결여가 존재하는 세상을 위한 색을 담아서…’ 라는 문구였던 것으로 기억이 나네. 프로젝트의 공고문 어디에도 나와있지 않은 그 의도를 어떻게 알아냈는지 참 궁금했지.”
“흔히, 우리는 색(Color)을 물리적인 무언가라고 여기지. 그저 가시광선이 망막에 맺혀서 그게 시각화되었다는 아주 과학적인 접근으로,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네.”
“예를 들어, 노을의 색은 바라보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혹은 그 사람이 어떤 상황에 있느냐에 따라 완벽하게 다를지도 모르는 것일세. 누군가에게는 붉게 물드는 주황색일지도 모르는 일이고 누군가에게는 차갑게 변해가는 보라색일지도 모르는 것처럼.”
"그만큼 색이라는 것은 단순히 눈에 맺힌 물리적인 무언가가 아니라는 말일세."
"나는 색은 그 자체로 어쩌면 '마음을 투영'한다고 생각하네. 자네는 어떻게 바라볼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렇다고 믿고 있네.”
“그런 점에서 자네의 색과 그 문구는 나의 믿음에 아주 부합하는 결과물이었지. 그리고 나는 자네가 그런 '능력'을 가진 '적격자'라고 판단을 내렸고 이렇게 '자네를 만나기로 결정'을 한 것일세.”
그의 말을 조용히 듣고 있자니 어느 정도는 공감이 되었다. 무엇보다 그룹의 중심인 회장이 대내/외적인 경영활동이 아니라 이런 부분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는 사실이 조금은 놀랍기도 했다.
하지만 '두 가지 부분'에서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나서 하나하나 물어보려고 했으나 먼저 이 의문들이 선결되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저, 회장님 말씀 도중에 죄송하지만 제가 궁금한 게 좀 있어서요. 지금 물어봐도 될까요?”
“괜찮네, 자네가 이 상황들을 납득하기 위함이라면 설명해줄 수 있는 선에서 무엇이든 대답을 하겠네.”
“우선, 제가 낸 제안서를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지만 그건 회장님이 말씀하신 어떠한 능력의 범주는 아닌 것 같습니다. 저에게는 그저 하나의 일이었습니다.” 라고 솔직하게 말을 했다.
“음, 그건 타고난 재능일 수도 있고 아니면 그 자체로 존재하는 자네의 본능일 수도 있네. 피사체를 관찰하고 느끼면서 결여된 것을 파악하는 그런 점을 나는 능력이라고 생각했네.” 라고 그는 대답을 했다.
전부 이해할 수는 없었다. 그저 업무의 연장선에서 이루어진 일에 내가 가진 능력이 존재한다니, 도무지 알 수 없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더 궁금한 것이 있어 일단 ‘나에게도 그런 재능이 존재하는구나’ 정도로 생각하며 첫 번째, 물음을 넘기기로 했다.
“좀 전에 제가 ‘적격자’라고 하셨는데 '어떤 부분을 위한' 적격자인지 그게 궁금해요.”
“음, 그 점이 가장 중요한 부분일세. 그래서 천천히 말을 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타이밍에 맞춰 이야기가 나왔으니 그 부분을 설명하도록 하겠네.” 라고 말하며 그는 잠시 허공을 바라보았다.
그의 초점에는 아무것도 맺혀있지 않았다. 적어도 나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물론 어디까지나 나의 느낌이겠지만.
그는 무언가를 설명하기 위해, 무언가를 납득시키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 공간에서 결여된 것을 찾고 있었다.
“자네는 모르겠지만, 아니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모르는 내용이지… 음, 말하기 참 어렵군. 비밀을 지켜주게나, 이건 하나 뿐인 나의 딸에 관한 것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