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떠한, 일상을 위한 미래와 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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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봉수

이립(而立), 30살의 나에게 진지하게 물었다.


아마, 3년 전의 일로 기억이 됩니다. 20대라는 풋풋함을 내려놓고 이제는 30살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 지 얼마 안되었을 때입니다.


퇴근을 하기 전에 사무실에 우두커니 앉아서 새로운 엑셀 파일 하나를 열었습니다. 그리고는 글씨체와 크기를 정한 뒤에, 당당하게 타이핑을 쳤습니다.


"나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다소 거창한 질문.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렇게 거창한 질문을 던졌는지 모르겠지만 그 엑셀 파일은 현재까지도 저의 비밀 폴더 안에서 업데이트가 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그 당시의 제가, 30살의 제가 던졌던 질문이 새삼 반갑기도 합니다. 어찌 됐든 그건 나름의 용기를 품었던 질문이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사는 것'에 있어서는 다양하고 서로 다른 가치관들이 존재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사랑이 가장 중요할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건강이 우선일 수도 있습니다. 무엇이 더 중요하고 혹은 더 가치가 있다고 말하기에는 어려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생각을 가장 먼저 했던 것 같아요.


"다들 돈보다는 사랑, 행복 그리고 건강이라고 하지만 적어도 경제적인 안정성 또한 3순위 안에는 들어간다. 그건 절대 무시를 할 수가 없다. 내가 어떠한 행복을 누리기 위해서, 혹은 건강을 누리기 위해서도 이런 재정적인 부분이 아주 중요할 것이다."라는 다소 딱딱한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 거창한 질문 아래, 이렇게 타이핑을 했습니다.


"은퇴까지 근속 35년, 어떻게 월급을 관리할 것인가?"

누가 들으면 허무맹랑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근속 35년이 되는 60살까지는 회사를 다니고 싶어요. 뭔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근속 35년이 그렇게 말이 안 되는 것은 아니라고.

외부 변수에 의해 절대 흔들리지 않는 스스로의 확고함을 ‘월급관리'라는 부분에 넣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도 매일매일 달라지는 엑셀 파일 안에서 그 마음은 갈대처럼 흔들리지만 아직까지는 3년 전의 그 생각을 잘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 있다면 '자녀들에게 손 벌리지 않기'와 '다채로운 일상을 즐기기 위한 안정성'입니다.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마당에, 너무 간 거 아니에요?라고 하실 수도 있지만 그때는 그게 그렇게 중요해 보였습니다.


그렇다면, 위 두 가지를 지키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라는 질문은 자연스럽게 찾아왔습니다.


한참을 고민하니, 하나의 대답으로 혹은 그 답변으로 돌아온 것은 바로 '현금'이었습니다. 즉, 노동력을 상실하는 시점, 은퇴를 하게 되어도 ‘월급처럼 꼬박꼬박 들어오는 소득이 있어야 한다’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현금을 창출하기 위한 수단에는 다양한 내용들이 있었습니다.


부동산 투자를 통한 월세 구조 만들기, 개인 사업, 주식 혹은 선물 투자 그리고 연금 등이 떠올랐습니다.


하나하나 잘만 하면 꽤 유용한 방식의 현금 창출이 될 수 있겠지만 그 당시의 저에게는 조금은 안정적인 부분이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선택을 한 것은 '3단 연금 구조'를 만드는 것, 그 부분이었습니다.


국민연금과 개인연금 그리고 퇴직연금(IRP)을 통한 피라미드를 만드는 것이 이 구조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었습니다. 우선 국민연금은 아주 최소한의 보장이 될 것이고 개인연금과 퇴직연금은 이를 조금 더 풍부하게 만들어 줄 지원군과 같은 느낌입니다.


65세, 연금 개시를 시작으로 20년간 매월 200만 원 정도를 받는다는 가정을 기준으로 납입해야 하는 금액을 산정하고 은행에 찾아가 가입을 했습니다.


가끔 친구들을 만나면, 그런 소리를 듣기도 합니다.


"차라리 그 돈으로 빨리 시드(투자원금)를 만들어서 부동산을 하지 그랬어"와 같은 말입니다.


물론, 이 역시도 틀린 것 하나 없는 이야기입니다. 가끔은 저도 후회가 되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다시 엑셀 파일을 열어서 새롭게 기입을 하고 싶기도 할 정도니까요.


근데 아직은 그 당시의 저를 믿고 싶기도 합니다. 믿는다는 표현보다는 뭐랄까, 일단 10년 정도는 한 번 해볼게!라는 응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40살이 되면, 30살의 저를 후회하면서 "역시, 투자를 할 걸 그랬군 허허."라고 할 가능성이 클 수도 있지만 지금은 이제 3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으니까요.


■ 그러다 문득, 화창한 주말 그런 생각이 듭니다.


"나는 준비가 되어있을까? 근속 35년을 버텨내고 또 3단 연금 구조를 통해 아주 안정적으로 월 200만 원씩 들어오게 되었을 때, 그 후의 다채로운 일상을 즐길 그런 준비가 나는 되어있을까?"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이런 생각이 정말 갑작스럽게 찾아오기도 해요. 길을 걷다가도, 조카를 바라보고 있다가도 또 멍하니 책을 읽다가도. 그럴 때면 스스로 조금 당황스럽기도 해요.


지금 상상하기는 어렵겠지만, 나름 꽤 즐기고 있을 것도 같은데 다시 생각해보면 즐기지 못할 것도 같고 그렇습니다. 정말 솔직하게는요.


이 친구야, 그 때면 아이스크림 하나에 1만 원이나 할 텐데 고작 월 200만 원 가지고 일상을 즐길 수나 있겠어? 하는 그런 부분으로의 고민은 아닙니다. (물론, 화폐가치의 하락을 고려해본다면 이는 꽤 현실적인 부분이기도 하지만요.)


제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그 마음가짐'입니다.


흔히 인생은 트레이드 오프(Trade-off)라는 말처럼 65세의 안정성을 위해 무언가를 분명 포기하거나 교환의 대상으로 삼았을 것인데, 둘 중에 뭐가 더 가치가 있었던 것일까?라는 그런 질문이 쉼 없이 찾아옵니다.


그래서 다가오는 40살에는 (혹은 35살이 될지도 모르겠어요.) 혼자가 아니라, 그 일상을 함께 보내게 될 배우자와 다시 한번 그 엑셀 파일을 열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는 조금 더 당당하게 타이핑을 치고 싶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미래를 상상하기 어려운 것처럼,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이 무엇이 될지도 상상할 수 없지만 그래도 또는 적어도 그 대답 안에는 30살의 제가 부지런히 담아왔던 그 모든 것들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를 바랍니다. 큰 걸림돌이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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