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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붱 Jul 09. 2020

도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은거야?

좋은 글에는 하나의 분명한 [메시지]가 있습니다

이전 글에서 저는 제가 브런치에 처음으로 올린 글 <32살>이 참 못 쓴 글이라고 말씀드렸어요.


그 이유에 대해서 앞으로 발행하게 될 몇 개의 글을 통해 하나씩 밝혀드리고 최종적으로는 그렇게 뽑아낸 <고칠 점>들을 반영하여 완전히 새로운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일명 <2020년 버전의 32살>이라는 제목의 글을.    

 

자, 그럼 코붱의 힘 빼고 쓰기.

그 첫 번째 이야기를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BS의 교양 프로그램인 <고양이를 부탁해>에 고정으로 출연 중인 나응식 수의사는 2018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고양이들을 위하는 행동을 하려 하기보다는
(고양이들이) 싫어하는 행동을 안 하는 게 중요합니다.



고양이가 너무 예쁘고 좋아서 이런 저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것이 오히려 고양이와 주인의 관계를 나쁘게 만들 수도 있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었지요. 저는 글쓰기에도 이것이 그대로 적용된다고 생각합니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 이런저런 시도를 마구잡이로 하는 것보다 <못쓴 글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파악하고  글이 가진 나쁜 점을 피하고자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제가 글을 쓸 때마다 항상 머릿속으로 떠올리는 몇 가지의 원칙 중 하나 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한동안 제가 쓴 <못쓴 글>중 하나인 <32살>이라는 저의 글이 가진 <나쁜 점>을 낱낱이 파헤쳐보려고 해요.


오늘은 <메시지>에 대해서 얘기해볼게요. 이 글을 쓰기 위해 저는 오늘 32살이라는 글을 여러 번 읽어봤는데요, 가장 먼저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대체 네가 하고 싶은 말이 뭐야?
 3년 전, 서른을 목전에 둔 29살의 겨울은 유독 마음이 추웠다. 30살의 심리학, 서른살엔 미처 몰랐던 것 등등..유독 30이라는 숫자와 관련된 자기계발서와 에세이 서적이 많은 것은 비단 나 뿐만이 아닌 대한민국의 수많은 20-30대 또한 30이라는 나이에 대한 이유없는 막막함과 무거움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30에서도 2년이 더 흐른 32살의 나는, 마음이 추웠던 29살의 나와 비슷한 고민과 걱정을 하며 살고 있다. "이대로 살아도 괜찮은 걸까?"에서 시작된 고민은 이제껏 열심히 살아왔던 나의 지난 31년의 인생을 열심히 부정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3년이란 시간이 흘렀음에도 3년 전과 똑같은 고민과 걱정을 하고 있는거라면, 결국 지금 이 순간에까지 하고 있는 걱정과 고민은 역시나 생각만 해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 라는 것을 반증하는 셈이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32살. 이미 늦었다고 하기엔 뭔가 억울하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며 무모해지기엔 무서운 나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 사는 인생, 원하는 일들을 하면서 살아보자고.

그러한 생각의 연장선에서 내가 처음으로 떠올린 일이 바로, 글쓰기였다.


여기까지 읽어보면 29살과 32살이라는 나이에서 느껴지는 막연한 불안감에 두려워하고 있고, 32살이어도 아직 늦지 않았으니 내가 원하는 일인 <글쓰기>를 해보겠다. 라는 다짐을 적은 건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다음에 이런 내용이 이어진다는 겁니다.


 현대의학의 발달로 인간의 기대수명이 100세에 가까워지고 있는 요즘, 32살은 아직 기대수명의 1/3도 채 되지 않았다. 책이나 드라마에서 1/3 지점이란 이제 막 등장인물의 소개와 스토리라인이 전개되는 시점이자 이어지는 스토리의 개연성을 위한 포석을 까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남은 인생의 2/3을 위한 이야기를 스스로 만들어 가고 있었다. 바로 삶의 순간순간 내리게 되는 선택들을 통해서 말이다.

 물론 지금까지의 선택이 당신의 삶을 완벽히 만족스럽게 만들지 못했을 수 있다. 오히려 지금까지의 인생에 한 점의 후회도 없다고 하는 사람을 찾는 것이 후회스럽다 말하는 사람을 찾는 것 보다 더 어려울 것이다.

나 또한 지금까지의 삶에 만족보다는 후회와 미련이 더 남는 사람 중 하나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지금까지 31년간 내 선택에 의해 만들어진 인생에 대해 돌아보고자 한다.


자기만의 <다짐>을 말하는 글인 줄 알았더니 갑자기 <우리>가 튀어나오고, 앞에서는 자기가 원하는 일인 <글쓰기>를 해보겠다고 말하더니 갑자기 지금까지의 내 인생을 돌아보겠다고 합니다.


음, 뭐 좋게 생각해서 <지금까지의 네 인생을 돌아보며 그에 관한 글을 써보겠다는 거구나>라고 받아들여주고 다음으로 넘어가보겠습니다.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뒤돌아보는 새는 죽은 새다.  모든 과거는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날개에 매단 돌과 같아서 지금 이 순간의 여행을 방해한다."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류시화 中>


내게 삶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 류시화 시인의 산문집,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에서 작가는 과거에 대한 회상은 현재를 살 수 없게 한다 하였다. 어느정도 동감은 하지만 완전히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인간은 새와 달리 날기 위해선 일단 똑바로 설 수 있는 단단한 지반이 필요하고, 그 지반은 지금껏 스스로가 만들어 온 과거에 기초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모든 순간이 만족스럽진 않았다 하더라도 지금껏 31년의 인생을 살아왔고, 그 안에서 잘했다고 스스로에게 칭찬해주고 싶은 일들과, 이랬으면 더 좋았을 거라고, 앞으로는 이렇게 하자는 충고를 해주고 싶은 일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짧지도 길지도 않은 지난날의 내 선택과 고민을 돌아보며 앞으로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해 생각하고 행동해 나가고 싶다.

그리고 이러한 나의 행동이 누군가에게도 조금이나마 힘이 될 수 있기를 바래본다.


앞으로 나의 과거를 돌아보겠다던 사람이 갑자기 과거를 돌아보는 일(=새가 뒤돌아보는 일)은 좋지 않다고 말하는 시인 류시화의 말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새와 달리 날기 위해선 똑바로 설 수 있는 지반이 필요하고 그것은 내가 만들어온 과거에 기초한다는 자신의 생각을 강조하기 위해 인용한 것 같습니다만 솔직히 말해서 좋은 인용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생각과 비슷하거나 일치하는 내용을 인용했거나 혹은 아예 이런 인용문 자체를 빼버리고 ‘과거를 돌아보는 일은 좋다’고 느낀 본인의 경험담에 대해 간략히 풀어쓰는 편이 더 좋았을 겁니다.






자, 여기까지 32살이라는 글을 읽어봤습니다. 어떠신가요?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지 한 번에 파악이 되시나요? 최소 10번 이상은 이 글을 읽어본 저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처럼 못쓴 글에는 <메시지>가 없습니다. 


당췌 이 글을 쓴 사람이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고, 꾸역꾸역 다 읽고 난 뒤에도 머릿속에 남는 무언가가 없다는 것이 못쓴 글이 가지고 있는 특징 중 하나입니다.


좋은 글에는 그 글의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메시지>가 있습니다. 이 메시지가 분명할수록 그 글은 좋은 글이 됩니다.


그렇다면 과연 하나의 메시지가 담긴 글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하나의 글에는 하나의 이야기만 담으면 됩니다.



저의 못쓴 글인 <32살>에는 다음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1) 나이를 먹어가는 것에 대한 불안감
2)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해보겠다는 다짐
3) 과거를 돌아보는 일은 좋다
4) 앞으로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고민     


중구난방입니다.      


여기서 통일된 하나의 주제를 뽑아내고 그것을 최대한 심플하게 표현해내거나 가장 말하고 싶은 딱 하나의 이야기만 남기고 나머지는 다 빼버리는 것이 참담한 이 글을 살릴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 되어줄 것입니다.

    

저는 이 글에서 <나이를 먹어가는 것에 대한 불안감> 이라는 이야기 하나만 놔두고 나머지는 다 버리려고 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글쓰기 초보가 쉽게 범할 수 있는 실수 중 하나인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에 대해서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이번에도 저의 못 쓴 글. 32살에서 그 적절한 예를 찾아볼 수가 있는데요, 그것이 어떤 부분인지는 다음 글을 통해 좀 더 상세히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여기까지, 코붱의 <힘 빼고 쓰기>의 첫 번째 이야기였습니다. :)

어떠셨나요? 도움이 좀 되셨을까요? 혹은 부족하거나 아쉬운 점이 있으신가요?


이 외에 추가적으로 더 알고 싶은 내용들이 있으시다면 댓글을 통해 자유롭게 의견을 남겨주세요!


향후 발행하게 될 글에 최대한 반영하여 여러분들의 <글쓰기>에 대한 궁금증을 속시원~히 풀어드릴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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