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23일 - 오늘을 남깁니다
어젯밤 두 군데의 아르바이트 모집 공고에 이력서를 냈다. 구글에서 ‘오사카’, ‘한국어’, ‘번역’, ‘아르바이트’등의 키워드를 차례로 입력하다가 나온 곳들이다.
한 곳은 게임 회사인데 일본 게임을 한국어로 번역하는 일이었고, 한 곳은 일본 만화책을 한국어로, 한국 만화책 혹은 웹툰을 일본어로 번역하는 일이었다.
게임 회사는 하루 8시간 이상의 풀타임 근무를 원했고, 만화책을 번역하는 회사는 하루 5시간 정도만 근무하면 됐다.
내가 현재 갖고 있는 비자로는 일주일에 28시간까지만 근무가 가능해서 애초에 게임회사는 지원자격 조차 되지 않았음에도 굳이 이력서를 접수했다. 불안해져서다.
보통 나는 자기 전, 그 날 새벽에 공부한 부분을 복습 겸 읽어보는데, 어젯밤에 문득 ‘이런다고 내가 번역가로서 일을 따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외국어를 전공하지도 않았고, 번역 아카데미 같은 곳에 등록하여 정식으로 번역을 공부하지도 않았다. 그저 한국에서 회사를 다녔을 때 약 1년 간 일본 거래처와 일해 봤으며 3년도 더 전에 딴 JLPT N1 자격증이 있고, 현재 오사카에서 3년째 살고 있을 뿐이다. 이런 나에게 일을 맡겨줄 출판사가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자 걷잡을 수 없이 불안해져서 견딜 수가 없었다. 무작정 검색하여 나온 곳에 이력서를 접수 한 뒤, 나는 곧 잠에 들었다.
다음 날 점심.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집에 오는 길에 확인한 메일함엔 어젯밤 접수한 회사에서 ‘사진’과 ‘경력’이 써져있는 이력서를 다시 작성하여 보내달라는 메일이 와 있었다.
그걸 본 순간, 갑자기 모든 게 귀찮게 느껴졌다. 한 번 보낸 이력서를 굳이 또다시 보내달라는 회사도 귀찮고, 이미 반년 간 잘 하고 있는 아르바이트가 있으면서도 굳이 또 새로운 일을 찾으려는 나도 귀찮았다.
나는 이제 안다. 내가 ‘귀찮다’고 느낀다는 건 그만큼 간절하지 않다는 것을. 이력서를 다시 보내달라는 이메일을 보며 ‘귀찮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에서야 나는 생각했던 것보다 지금의 상황에 더 만족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의 멘토이자 현재도 여러 도움을 주고 계신 김 팀장님께 ‘외서 기획 및 번역가’로 일하겠다고 말했을 때 팀장님은 내게 말했다. 눈 딱 감고 3년만 해보자고.
그 말을 들은 게 한 달 전쯤이다. 3년은커녕 아직 1년도 지나지 않았는데도 불안해하다니. 내 성미가 어지간히도 급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이게 다 그놈의 '불안' 때문이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불안감 따위, 잊어버려야지. 적어도 앞으로 3년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