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의 소득

이 정도면뭐, 대만족이다

by 코붱

‘올해 최초의 초대박 세일! 할인율 88퍼센트!’ 자기 전 확인한 라인 메시지에 가슴이 세차게 뛰었다. 88퍼센트라니. 이거 완전 거저 주는 거 아님?


아침 대용으로 먹고 있는 M사의 프로틴 파우더는 월말이 되면 종종 할인을 하는데 평소에는 보통 40퍼센트에서 많아봐야 50퍼센트에 그쳤던 할인율이 이번엔 무려 88퍼센트였다.


물론 한 가지 조건이 붙었다. 바로 5km를 달린 뒤 인증을 한 사람들에게만 쿠폰을 제공하겠다는 것. M사에서 지정한 한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하고 5km를 달리기만 하면 데이터가 자동으로 전송되는 시스템인 듯했다.


마침 미리 사둔 프로틴 파우더가 거의 다 떨어지고 있었다. 이런 횡재를 놓칠 수야 없지! 토요일 낮 3시. 나와 남편은 마스크를 끼고 집을 나섰다.


원래는 남편 혼자 뛰고 오겠다는 것을 내가 말렸다. 아무리 쿠폰이 목적이기로서니 5km나 되는 거리를 남편 혼자 뛰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남편은 무릎이 약해서 잘 뛰지 못하는 나를 나름대로 배려한 것이었지만 혼자서 외로이 뛰고 있을 남편의 모습을 상상해보니 그건 아니다 싶었다. 뛰다가 힘들면 걷고 그러다 다시 뛰고 그러면 되지 뭐.


실제로 M사에서 지정한 애플리케이션은 내 걸음수와 이동한 거리만 표시될 뿐, 뛰는 속도와 멈춰 있는 시간 등의 세세한 부분까지는 기록되지 않았다. 우리는 구글 맵을 키고 집에서 약 3km 떨어진 지점까지 함께 뛰(걸)었다.


대부분 걷고 가끔씩 뛰면서 나는 이런저런 얘기를 꺼냈다. 최근에 읽고 있는 책에서 인상 깊었던 내용, 같이 일하는 아주머니들과 나눴던 웃긴 이야기, 얼마 전 인터넷 뉴스에서 본 사건 등등. 끊임없이 쏟아지는 이야기를 남편은 묵묵히 들어주었다.


집에서부터 딱 3km쯤 떨어진 지점에 도착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 우리는 근처에 있던 꽃집에 들려 노란색 거베라 한 송이와 새빨간 장미 한 송이를 사 왔다. 그동안은 집 근처 대형 쇼핑몰 안에 있는 꽃집에서 꽃을 샀는데 어제 갔던 곳은 개인이 운영하는 곳이라서 그런지 꽃 상태도 훨씬 싱싱하고 종류도 다양하며 심지어 가격까지 저렴했다. 앞으론 계속 여기서 사야지.


집에 돌아와서 씻고 애플리케이션에서 쿠폰을 발급받았다. 그런데 할인율이 겨우 40퍼센트였다. 뭐지?


이상한 마음에 M사에서 보낸 라인 메시지를 다시 확인해봤다. 아뿔싸. 88퍼센트 앞에 ‘최대’라는 글자가 붙어있었다. 순간 서운한 마음이 비쭉 솟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오늘 하루를 천천히 되짚어봤다.


오늘 나는 장장 2시간에 걸쳐서 7.8km의 거리를 뛰(걸)었고, 질 좋은 꽃을 저렴하게 파는 꽃집도 발견했다. 남편과 오랜만에 이런저런 얘기도 했다. 햇살은 기분 좋게 따뜻했고 바람도 퍽 시원했으며 무릎도 생각보다 덜 아프다.


이만하면 뭐, 아주 소득이 없는 건 아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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