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 좋은 날

뜻밖의 행운

by 코붱

어젯밤 자기 전, 남편이 내게 물었다. 내일도 5시에 일어나서 공부할 거냐고. 그럴 거라는 내 말에 알람을 맞췄느냐고 묻는 남편. 나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내가 요즘 번역 공부를 하는 시간은 주로 새벽 5시에서 6시 사이다. 주말엔 1시간 정도 더 여유 있게 일어나도 상관없지만 평일에는 늦어도 7시부터는 아침 준비를 해야 나도 남편도 일에 늦지 않는다.


그렇기에 새벽 공부를 하려거든 5시쯤 일어나 세수도 하고 고양이도 좀 쓰다듬고 (우리 집 고양이는 아침에 자고 일어났을 때가 제일 애교가 많다) 텀블러에 물도 좀 담아 마시면서 정신을 깨워야 5시 반쯤부터 집중해서 공부할 수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는 새벽 5시에 알람을 맞추진 않는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맞출 수가 없다. 우리 남편은 잠귀가 밝아서 내가 맞춘 알람이 울리는 순간 남편까지도 잠이 깰 것 같았다. 하루 종일 집에서 8시간 꼬박 일하는 남편의 단잠을 시끄러운 알람으로 방해하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나는 내 운에 맡겨보기로 했다. 자기 전 머릿속으로 ‘5시에 일어나자’고 마음먹고 자봤다. 예전에 어디에선가 베개를 들고 본인이 일어나고 싶은 시간을 반복해서 말하면 정말 그 시간에 일어나진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이 나이 먹고 그런 일까지 하기엔 뭔가 부끄러웠다. (근거 있는 소린지 아닌지도 잘 기억 안 나고.)


그런 내가 적당히 타협해서 선택한 방법이 잠들기 전에 내가 일어나고 싶은 시간을 마음속으로 여러 번 되뇌는 것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생각보다 효과가 있었다. 나는 오늘 알람 없이 5시 30분에 일어났다. 비록 5시 정각은 아니지만 5시 30분에 일어나서도 충분히 번역 공부는 물론 지금 이 글까지 쓸 여유는 있었다.


‘내가 이렇게 운이 좋은 편이었나?’


그럴 리 없다는 것을 나는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람 없이 원하는 시간대에 일어나면 뭔가 해냈다는 생각에 하루가 전반적으로 행복하게 느껴진다.


어쩌면 바로 이런 게 새벽 기상이 가져오는 기분 좋은 행운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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