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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붱 Mar 15. 2023

우리 집 미용실

일본 생활 기록부

밀린 2월 가계부를 작성했다. 한국에 가 있던 약 2주간 정리하지 못한 영수증에 더해 어제까지 차곡차곡 모아뒀던 영수증들이 거의 책 한 권 분량으로 쌓인 걸 보고서야 안 되겠다 싶어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달 우리 집 한 달 식비는 총 3만 엔 정도가 들었고, 외식비로는 만 9천엔 정도를 썼다. 먹는 데에만 한 달에 약 5만 엔 정도가 든 셈.


5만 엔이면 우리나라 돈으로 치면 약 50만 원 정도다. 이 정도면 사실 많이 아껴 쓴 것이다. 요즘은 어딜 가나 비슷하겠지만 일본 역시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집 근처 마트에서 팔던 10개짜리 계란 1팩이 한 달 사이에 198엔에서 300엔으로 거의 50% 가까이 올랐는데도 식비가 이 정도밖에 안 든 건 아마 2월 중 약 2주간 내가 한국에 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집은 외벌이다. 심지어 해외에서 살기까지 한다. 우리 가족이 사는 일본은 평균적으로 직장인 월급의 약 25%가 세금으로 나간다. 한국 직장인들의 월평균 세금 부담률이 12~15%인 것에 비하면 최소 10%에서 최대 15% 가까이 매달 더 세금을 내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우리 집은 평소 아낄 수 있는 건 최대한 아껴서 생활하려고 노력 중이다. 자랑은 아니지만 한국에서 살 땐 생전 써본 적도 없는 가계부를 매달 쓰고 있고, 외식은 매주 주말에만 한 번씩 하며 배달 음식은 아예 시켜 먹지 않는다. (워낙 외진 곳에 살고 있어서 우리 집까지 배달 오는 업체가 거의 없기도 하다.)


이렇게 최대한 아낄 수 있는 부분을 아끼고 아끼던 우리 부부가 최후의 보루로 생각하고 있던 것이 있었으니. 바로 ‘미용실 비용’이다.


외식대신 요리를 직접 만들어 먹거나 가계부를 작성하는 건 다소 귀찮긴 해도 아예 못할 일은 아니다. 그저 조금의 시간과 노력만 투자하면 그럭저럭 먹을만한 음식 한 두 끼가 만들어졌고, 가계부 역시 만들고 관리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하지만 미용실은 달랐다. 나는 머리를 자르는 기술 같은 걸 딱히 배운 적도 없거니와 한국에 살았을 땐 늘 두 달에 한 번 내지 세 달에 한 번 정도 미용실에 가서 커트를 하거나 펌을 했던 사람이다.


한 마디로 내게 있어 ‘머리 자르기’란 결코 나 스스로는 해내지 못할,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한 영역의 일이었던 것이다. 그랬던 우리 집에 큰 변화가 일어난 건 몇 년 전 느닷없던 남편의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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