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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와 글 Apr 21. 2016

마음을 읽는 제과제빵(3)

[글] 요시나가 미치코 吉永みち子 [번역] 소리와 글

이 글은 파티시에 이나무라 쇼우조(稲村省三)를 인터뷰한 글로, 네 부분으로 나눠 번역하였다.

이나무라 쇼우조는 도쿄 힐튼호텔에서 일하다가 1979년에 유럽으로 건너가 스위스, 프랑스의 유명 과자점에서 일하면서 제과제빵 학교를 다녔다. 귀국 후 호텔 세이요 긴자의 케이크 부문 톱으로 취임. 2000년에는 【파티시에 이나무라 쇼우조】,2008년에 【쇼코라티에 이나무라 쇼우조】를 오픈한 유명한 파티시에이다. 사진, 부연설명(*)은 번역자가 덧붙였으며 이나무라 쇼우조의 말은 사각형으로 구분했다.




외자계(外資系)의 회사답게

의욕이 있는 사람은 자기 일이 끝난 후라면

무급이었지만 어떤 파트에서도 일을 배울 수가 있었다.

밤 12시부터 오전 11시까지 베이커리에서 일했고

그 일이 끝나면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런치 타임의 메인 다이닝에서 busboy*(식당에서 테이블 치우는 사람)가 되었다.


주문을 받지 못하는,

단지 식탁을 치우는 역할이었지만

빵을 나르는 일만은 허락되어져 있었다.

"빵을 맨 처음에 먹는 지도 몰랐어요! 놀람의 연속이었죠.
문을 열기 전 미팅에서는 프로로서의 마음가짐을 익혔고
빵 설명을 잘할 수 있도록 공부했습니다."

요리사가 일본식 플레이팅의 아름다움에 감동해서 꽃꽂이를 공부하러 다닌다고 하면

바로 자기도 꽃꽂이를 배우기 시작했다.


데커레이션 할 때에 그림에 대한 센스도 필요하다고 하니

그림도 배우러 다녔다.


베이커리에서 일한 지 3년쯤 되자, 제과제빵에 대한 흥미가 생겼다.


"처음에는 2천 명 분의 파티 요리를 만드는
규모와 박력에 시선을 빼앗겼습니다.

그러는 사이 가루와 설탕만으로 다양한 형태나 맛을 만들어 내는 제과제빵이 매력적으로 보이기 시작했어요. 내가 쫓아왔던 게 바로 이게 아닌가 하고요. 정말 저는 먼 길로만 돌아온 것 같네요."


먼 길로 돌아오는 중간중간

술에 빠졌던 시기도 있었다. 꿈이 너무 아득해져서 말이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일을 시작했을 때의 첫 마음을 떠올렸다.


파티시에로 목표는 바뀌었지만

바뀌지 않았던 것은 외국에 나가고 싶다는 꿈.


더 늦기 전에

휴가 때라도 프랑스에 가봐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스위스에서 일본인 파티시에를 모집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떠돌았다.


"위에서 순서대로 제의를 받은 모양인데 다 노,라고 해서 마침내 나한테까지 돌아왔어요. 바로 그 자리에서 가겠다고 했죠. 마침내 올 것이 온 거예요!!!"  


외국에 가고 싶다는 꿈은 이렇게 이루어졌다. 스물일곱이었다.


말이 안 통해도 이나무라의 일에 대한 자세는 전혀 변함이 없었다.

탐욕스럽게 모든 것을 흡수했고

말을 못 했기 때문에 교섭할 수 없었던 월급이


잠자코 있어도 올라갔다.



평가는 기뻤지만

높이 평가받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배울 기회가 적어졌다는 것.


그래서 스위스에서 프랑스로 건너가게 된다.

소개장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일을 찾지 못하면 살아갈 수 없다.


프랑스 말로 나를 고용해주세요, 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편지도 부지런히 써서

잘 곳, 먹을 것, 일할 가게를 필사적으로 찾았다.



그리고 콩쿠르 같은 곳에서 상을 받지 못하면

영영 원하는 가게에서 일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 번 해 보자 싶어

일단 가장 크다고 하는 콩쿠르에 구경을 갔는데

그곳에서 설탕을 녹여 이미지를 표현하는 슈가크래프트*(Sugarcraft:설탕공예)를 만났다.


"일본에서도 설탕 공예는 본 적이 있었지만,
비교가 안될 정도로 아름다웠어요.
그림같이 빛나고 있어서 첫 눈에 반해버렸습니다. 나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만들고 싶다고 해도

싸구려 아파트에는 부엌도 가스대도 없었다.


그는 캠프용 버너로 설탕을 녹여가며

수없는 시행착오를 되풀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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