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른여덟, 시집 안 간 둘째 딸 <10화>
"독립하고 싶지 않아?"
"난 엄마랑 3일만 있어도 싸우게 되던데..."
38년째, 엄마와 살고 있는 지희가 18년째, 꾸준히 듣는 말이다. 왜 아니겠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독립은 단순한 바람을 넘어 '꿈'이기까지 했는데. 20대 초반엔, 누구의 허락도 없이 밤새 친구들과 술 마시고 싶었고, 20대 중반엔 '홈파티', '파자마 파티' 같은 특별한 경험을 해보고 싶었으며, 20대 후반엔 남자 친구와 밤새 사랑을 나눌 개인 공간이 절실했다. 또, 30대 초반엔 간섭받지 않고 조용히 글을 쓸 수 있는 장소가 필요했고, 30대 중반엔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나의 집'을 갖고 싶었다.
하지만, 거기까지.
올해 '서른여덟'이 된 지희는 더 이상 독립을 꿈꾸지 않는다. 제주도로 이사 오면서 나름 개인적인 공간이 생겼기에 갈증이 해소된 것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엄마와 시간을 보내는 재미(?)'를 느꼈기 때문이다.
서울에 살 땐 엄마를 그저 잔소리 많고, 쉬지 않고 말하는 수다쟁이에 부정적이고 '돈'만 아는 '아줌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제주도로 내려와 좋든 싫든 매일 함께 붙어 있으면서 지희는 아주 조금씩 '엄마'가 누군지 제대로 알게 됐다.
성인이 된 지 18년이나 된 '서른여덟' 딸을 여전히 '아이'라고 생각해 늘 챙겨줘야 마음이 편한 사람.
딸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마주치기만 하면 수다쟁이가 되어 버리는 사람.
세상은 아름답기만 하지 않기에 행여 딸이 상처를 받지 않을까, 끊임없이 위험을 알려주는 사람.
부족한 엄마라 내 새끼를 참 많이 고생시켰다며 뒤돌아 눈물 흘리는 사람.
지희는 '서른여덟'이 된 지금에서야 그걸 알게 됐다. 자신이 알고 있던 '엄마'가 '엄마'가 아니라는 것을.
1957년, 2남 3녀 중 첫째로 태어나 24살에 결혼한 엄마는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외동아들이자, 세명의 누나 둔 아빠를 만나 모진 시집살이를 견뎌내며 세 딸을 키웠다. 어릴 때도 결혼을 해서도 나이가 들어서도 동생들 때문에 시댁 식구들 때문에 자식들 때문에 심지어 '돈' 때문에 단 한 번도 자신의 것은 없었다. 그래서 몰랐다. 엄마도 예쁜 꽃과 풍경을 보면 사진 찍고 싶어 한다는 걸. 근사한 식당과 카페에서 색다른 경험을 하고 싶어 한다는 걸. 그리고 나이 든 지금도 예뻐 보이고 싶은 '여자'라는 걸 말이다.
그래서 지희는 더 이상 '독립'을 꿈꾸지 않는다. 평생을 맏이로, 며느리로, 아내로, 세 딸의 엄마로 살아온 그녀에게 새로운 경험과 특별한 추억, 그리고 행복한 웃음을 선물해주고 싶기 때문이다. 서른여덟이 된 지금, '독립'이 아닌 '엄마의 인생 친구'가 되길 꿈꾸는 지희. 그 꿈을 위해 지희는 오늘도 엄마와 함께 한다.
"엄마! 우리 산책 갈까?"
- <11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