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사랑하는 J샘과 이런저런 수다를 떨다가 내가 한 때 수학을 꽤 잘했었던 학생이었다는 것을 기억해 냈다.
예중 1학년 때였다.
입학하자마자 늘 몸이 부실했던 나는 병원 신세를 져야 해서 한 달 동안 학교에 가지 못했다. 지금 생각하면 겨우 한 달이지만 그 당시 나에게 그 시간은 꽤 길게 느껴졌었다. 다른 친구들에 비해 많이 뒤처질까 봐 걱정하며 몸은 병원에 있었지만 마음은 학교에 가 있었다.
퇴원 후 학교에 간 첫날!
모든 것이 낯설었다.
반 친구들도. 선생님들도. 나의 자리도. 처음 입어보는 교복도.
수시로 필요한 것들을 반 친구들에게 물어봐야 했다.
학생식당은 어디에 있는지, 레슨실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어떤 사물함을 써야 하는지 등등 모든 것을.
하루가 너무도 길었다. 긴장의 연속이었다.
첫사랑 수학선생님!
첫 수학시간이었다. 문이 반쯤 열리면서 선생님의 모습이 보이자마자 어수선했던 분위기가 갑자기 조용해지면서 살얼음판이 되었다. 쪽지 시험을 매주 보는 모양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바로 전에 치른 쪽지 시험과 비교하여 틀린 개수가 늘어난 만큼 손바닥을 때리는 무서운 선생님이셨다.
그런데 나는 선생님을 보자마자 가슴이 띄었다. 그다지 키는 크지 않았고, 깐깐해 보이기까지 했지만, 그 모습이 무척이나 당당해 보였고 전체적으로 풍겨 나오는 이미지에 홀딱 반해버렸다. 그 후로 나에게는 매시간 설렘으로 기다려지는 수학시간이었다. 교대를 갓 졸업하자마자 학교생활을 시작한 터라 열정이 과잉인 선생님과! 성적을 올리기 위해 사랑의 매를 아끼지 않으시면서 과제도 더 얹어주시는 그 선생님과! 첫사랑에 빠진 것이다.
어느 날이었다. 학교 버스를 타려고 기다리는데 선생님이 계셨다. 학교버스를 타려고 선생님도 기다리고 계셨던 것이었다. 그날만이 아니라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계셨다. 선생님은 내가 사는 곳으로 이사를 오신 것이었다. 지금도 그때의 상황이 그려지는 듯하다. 늘 선생님을 잘 바라볼 수 있는 곳에 앉으려고 했었다. 어쩌다 내 옆자리에 선생님이 앉으시면 내 마음이 들통날까 봐 소리가 나지 않도록 살살 가방을 열어 책을 꺼내 읽는 척하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수학 선생님의 결혼 소식이 나에게 까지 전해왔다. 그것도 내가 제일 싫어했던 국어 선생님과! 거대한 먹구름이 내 머리 위로 드리워지는 듯했다. 어떻게 두 분이!!! 완전 쇼크 상태였다. 매일 아침 학교 버스를 기다리면서 허한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시선을 피했다…
곧이어 여름방학이 되었고, 두 선생님들은 다른 학교로 전근 가셨다고 들었다.
나의 첫사랑도 끝~.
덕분에~
과외 선생님까지 붙여달라고 엄마를 들들 볶아 선행학습을 한 덕분에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수학은 언제나 상위권에 있었다. 그리고 넉넉지 못한 유학시절 두 아이에게도 엄마이자 수학선생님이 되어 줄 수 있었다. 아이들은 나의 영어 발음은 틀리다고 구박을 많이 했지만, 수학을 도와주는 시간만큼은 엄마에게 "Thank you! Mom" 했다. 그 수학으로 아이들과 고등학교 시절도 함께 할 수 있었음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