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고 살았는데 어릴 적 제가 좋아하는 계절은 봄이었더라고요. 반면에 제가 가장 싫어하는 계절은 겨울이었고요. 겨울을 무척이나 길고 지루하게 느꼈던 것 같아요.
지금이야 너무도 따뜻하고 편안한 환경에서 우리가 살고 있지만.
게다가 저는 미국이라 무더운 여름에도 에어컨이 빵빵, 추운 겨울에도 히터가 빵빵!
계절에 대한 감각을 잊고 살고 있는 듯해요.
한국의 1970년대,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 저의 어린 시절의 겨울로 돌아가 봅니다.
추위로 몸을 움츠리게 되지만 마음도 함께 움츠리게 되는 것 같아 겨울이 싫었어요.
손발이 시려 구두를 신은 발이 무감각해지는 것도 싫었고, 세차게 바람까지 불어 더 춥게 느껴지는 날이면 걷는 것도 싫어했었죠. 특히 덜덜 떨며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반가웠던 버스가 손님이 많아 서지 않고 그냥 지나가버릴 땐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올라오기도 했었어요.
매해 겨울 영하의 날씨로 수도관이 동파되었다는 뉴스도 빼놓을 수 없죠. 더 어릴 적, 그러니까 초등학교 시절엔 우습지만 아무리 추워도 걸어서 학교에 보내는 엄마가 친엄마가 맞는지 의심할 때도 있었네요.
그러다가 기나 긴 겨울을 무찔러버리는 봄이 왔음을 샛노란 개나리가 늘 말해주었어요.
마치 "내가 겨울을 보내버렸다고!" 말하는 듯했지요. 꽃이 피려고 하는 봉우리가 너무도 신비스러워 한참을 바라보기도 했어요.
그런데 사람들은 개나리를 좋아하는 저를 이상하게 생각했어요. 왜 장미나 튤립이 아니냐는 거겠죠? 대학교 때 미팅을 나갔는데 '개나리를 좋아하는 여자'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서 저를 픽했다고 하던 친구도 있었죠.
맞아요. 한국에선 개나리가 너무 흔한 꽃이라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긴 하죠. 그런데도 전 참 개나리를 좋아했어요. 흔해서 좋았고요, 노란색이라 좋았고요. 절로 환하게 미소 짓게 해 주어서 좋았어요. 개나리 덕분에 들뜬 마음으로 하루를 보낼 수도 있었고, 기분 나쁜 일들도 잊을 수가 있었어요.
요즘 '봄'에 대한 시를 낭송하게 되면서 저의 어릴 적 모습을 떠올리며 저의 '봄'을 다시 찾은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