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란드 시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Wisława Szymborska)의 이름이 낯설기도 했고, 제목이 양파라는 점도 특이하게 다가왔다.
우리는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누군가에게서 예상치 못했던 결과를 듣게 되었을 때 흔히 양파 같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까도 까도 모를 사람이라고. 또 뭘 더 숨기고 있느냐고. 그러나 시인은 양파를 겉과 속이 일치하는 성공적인 피조물이라고 예찬한다. 한 꺼풀, 한 꺼풀 벗길 때마다 크기만 작아질 뿐 늘 한결같은 양파의 모습과 우리 인간 안에 감춰져 있는 아수라장 속성을 비교한다. 게다가 양파가 가진 완전무결한 무지함은 우리 인간에겐 결코 허락되지 않는다고까지 했다.
성우님은 말씀하셨다. 너무 가볍지 않게, 너무 무겁지 않게 읽으면 좋겠다고. 양파와 우리의 모습을 비교, 비판하면서 너무 심오하게 접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길이가 긴 시니까 너무 느리지 않게 단을 구별해 주면서 읽어보라고.
양파는 요리할 때 흔히 쓰이는 기본 요리 재료 중 한 가지라 집집마다 풍부하기도 하지만, 나는 눈물 콧물이 나게 하는 양파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낭송할수록 평소 별로 달갑지 않은 그 양파가 반짝반짝 빛나 보였다. 양파의 모습을 시로 담은 시인도 존경스러웠다. 나는 내가 들어본 모든 사람들의 낭송과는 좀 다르게 접근하고 싶었다. 나는 기분 좋게 만드는 양파를 좀 경쾌하게 표현하고 싶어 음악도 좀 밝은 것을 골랐다. 너무 가볍게 하지 말라는 성우님의 말씀을 뒤로하고! 내 맘 가는 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