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는 말했다. 쇠소깍에서 시작하여 서귀포 매일 올레시장까지 이어지는 올레길 6코스를 걷자고. 11킬로미터로 3-4시간만 걸으면 되는 난이도가 낮은 코스라고.
한 번쯤은 해보고 싶었던 올레길 걷기라 흔쾌히 Yes! 했다. 네이버 지도를 검색해 보니 바로 숙소 앞 정류장인 '서년듸'에서 쇠소깍까지 무려 40개의 정류장을 거쳐야 했지만 한 번에 가는 버스가 있어 환승할 필요도 없이 차창 밖으로 보이는 제주의 거리를 즐길 수 있었다.
버스 정류장에 내려 쇠소깍 입구로 걸어가고 있는데 큰 꽃이 눈에 확 들어왔다. 돌 사이로 나온 석 선인장이었다. 정확한 이름은 모르지만 너무나 예뻐 감탄하며 사진으로!
쇠소깍에 도착하자 노를 저을 자신이 없어 카약은 포기하고, 제주 전통 나룻배(뗏목)인 '태우' 티켓을 구매했다. 태우를 타기까지 한 시간가량의 시간이 남아 쇠소깍 산책길을 걸었다. 곳곳에서 바라다볼 수 있는 기암괴석과 소나무는 비경이었다. 한라산에서 현무암 부스러기가 효돈천을 따라 하류로 떠내려와 형성되었다는 검은 모래 해변도 특이했다.
태우는 답답할 정도로 너무도 천천히 느리게 움직였다. 그러나 곧 완전한 여유로움에 빠져들었다. 태우에서 보이는 절경들과 잔잔한 물결은 고요함 그 자체였다. (가끔 가이드의 유머스러운 설명으로 고요함이 흔들리긴 했지만서도!)
태우를 탄 덕분에 햇볕이 내리쬐는 정오가 되어서야 올레길 6코스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런데 반대방향으로 부터 거꾸로 걸어오고 있는 한 사람을 만났다. 우리는 이제 막 쇠소깍을 벗어나려는데 순간 부러웠다. 그런데 알고 보니 혼자 가다가 아무도 없어 무서워서 되돌아오는 길이라고 했다.
우리는 한 팀이 되었다. 덕분에 친구와 함께 찍은 사진이 점점 많아졌다. 올레길은 리본이나 나무화살표를 따라가면 되었다. 리본의 파란색은 제주의 파랑 하늘을 뜻하고, 주황색은 감귤을 뜻 했다. 나무화살표의 파란색은 정방향이고, 주황색은 역방향을 나타냈다.
햇볕이 뜨거워 얼굴이 시뻘겋게 달궈졌다. 평소에 잘 나지 않는 땀도 흘렀다. 땡볕아래 걷기라 난이도가 낮다고 알려진 6코스도 힘들게만 느껴졌다. 함께 걸어가고 있는 두 사람이 있었기에 묵묵히 따라 걸었지만, 속으로는 나 자신과의 싸움이... (친구야! 나 잘 걷는 것 같았지?)
제지기오름, 섶섬을 끼고 있는 멋진 바다 풍경, 한 사람만 지나갈 수 있는 좁은 숲길, 바다를 끼고 걸을 수 있는 길, 서귀포 칼 호텔, 소라의 성, 백두산 천지를 축소해 놓은 모습과 비슷한 소천지, 오래전 학창 시절 가 보았던 정방폭포, 서복전시관, 칠십리 음식특화거리를 지나 마침내 이중섭 사거리가 보였다. 중간중간 보이는 멋진 풍경들로 더위가 식는 것은 물론, 눈도 맑아지고 마음도 밝아졌다.
그러나 이중섭 사거리 이후로 리본도, 바닥에 그려진 파란 선도 보이지 않았다. 나무화살표도 보이지 않았다. 감으로 한참을 걸었지만 길을 잃었다. 결국 네이버 내비게이션을 켜서 이중섭 사거리로 다시 돌아와 반가운 이중섭 화가가 보이자 활짝 웃으며 기념사진 한 장을 남겼다.
우연히 만난 어떤 한 사람과!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친구처럼 점심도 함께 먹고!(나이가 들어서일까?)
우연히 함께 들린 '강소이 개인전'의 절로 미소 지어지는 그림들도 함께 감상하고!
커피를 마시며 계속되는 살아가는 이야기!
비록 길은 잃어 더 걸어야 했지만, 거리에서 본 재미있는 제주 사투리를 보고도 웃고! 사진도 찍고!
올레길 6코스의 마지막 장소인 서귀포 매일 올레시장 함께 도착!!
세 사람 함께 6코스 완주!!!
숙소로 돌아와 올레시장에서 산 흑돼지 전 롤카츠, 순대와 내장으로 저녁 해결!
긴 하루였지만 이 하루도 찐하게 남을 추억의 날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