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2일 토요일
신뢰 (핑크/ 골드)
Keynote : 우리가 왜 여기에 있으며, 무엇을 위해 있고, 여기에서 해야 하는 일을 어떻게 할지 발견할 때 자기 수용과 신뢰가 내면의 골드 영역으로 확장된다.
Affirmation :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할 수 있도록 나는 자유로워진다.
원래는 핑크와 골드 빛깔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흐른 걸까? 물과 기름은 섞이지 않는다. 시간이라고 그걸 할 수 있는 건 아닐 텐데 물과 기름이 섞였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두었을 뿐인데 물이 기름에 녹아들어 춤을 춘다. 그 춤에 핑크빛 물에 잠겨있던 꽃가루가 금빛으로 흩날린다.
저건 내가 아니야!
강하게 부정했던 것, 내가 물이라면 그건 기름일 테다.
살다 보면 기름 같은 사람을 참 많이 만난다.
왜 저래~
정말 이해할 수가 없어!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나와 너무나 다른 것 같은 사람, 그 사람을 나에게 기름 같은 존재라 여긴다. 그리고 그 사람은 자주 뒷담화의 대상이 된다. 직장생활을 하며 뒷담화 없이 하루를 보낸 적이 있었던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어느 날 거기서 재미있는 걸 발견했다. 사람들이 자기하고 똑 닮은 사람을 가장 싫어한다는 걸, 그런 사람에게 가장 가혹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댄다는 걸 알게 되었다.
말을 시작할 때마다 "내가 누구 아는데"로 시작하는 사람이 누군가를 지목하며 "그 사람은 맨날 누구누구 안다고 잘난 척하더라"라고 말할 때, "그렇게 살랑거리며 사람들한테 잘 보이고 싶어 안달이냐"며 누군가를 욕하는 사람이 누군가 자신의 단점을 말하면 펄펄 뛰며 "나한테 그러면 안되지. 내가 지한테 어떻게 했는데"라며 입에 거품을 무는 사람일 때 목에서부터 간질간질 올라오는 말이 있다.
"그건 당신 모습인데요?"
이 말을 뱉고 싶어 입이 간질간질했던 순간들이 참 많았지만 끝까지 참았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말이 아닌 것 같아서. 사실 저 말속에 비난이 들어있었던 건 아니다. 나와 뒷담화를 하는 그 사람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사람을 좋아하면 그 사람의 모든 모습이 귀여움이라는 필터를 거쳐서 나에게로 오니까.
"당신이 입에 거품을 물고 욕하는 그 사람의 모습, 난 그걸 당신에게서 보는걸요. 그게 그렇게 욕할 일인가요? 난 그런 당신도 좋은데."
내가 말하고 싶었던 말을 풀어보면 이렇다. 하지만 아무리 내 의도를 줄줄 풀어서 설명한 들 이 말을 듣는 이는 내가 자신을 공격한다고 생각할 것 같았다. 그래서 입을 꾹 다물고 듣기만 했다.
사실 그런 말을 듣기 싫어하는 건 나다. 누군가를 욕하다 정신을 차려보면 그게 내 모습이라는 걸 알아채는 것도 나다. 의식하지 못했던 나의 모습, 수많은 뒷담화 속에서 알게 된 나의 모습. 내가 그러고 있으니까 남들도 그러고 있는 게 딱 보이지! 차이가 있다면 남에게서 그런 모습을 발견할 때 거기엔 귀여움이라는 필터가 있지만 나에게서 그런 모습을 발견할 때는 그런 필터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에게는 무척이나 가혹해진다. 그게 싫어서 속으로 말한다.
"그건 바로 당신 모습이에요, 이런 말을 좋아할 사람은 세상에 없어! 입 다물어!!"
나는 나를 위해 입을 다문다. 나에게 가혹해지는 나를 만나기 싫어서.
왜 내가 나를 볼 때는 귀여움이라는 필터를 빼버리는 거지? 다른 누구도 아닌 나에게 왜 이렇게 가혹한 거지?
욕심 때문인 것 같다. 남들과 같으면서 남들과 다르고 싶은 욕심. 잘난 사람이고 싶은 욕심.
이런 나에게 누군가 말을 건다. 뱃속에서 누군가 말을 한다. "나는 온전해."
온전하다.
누군가 말했었다. 완벽해지려 하지 말고 온전해지라고.
온전하다?
국어사전을 찾아봤다.
[변화되지 않고 본바탕 그대로 고스란하다.]
온전하다.
본바탕 그대로다.
"저 사람처럼 되진 말아야지"라고 말하며 그 사람에게서 발견하는 나의 모습을 그 사람의 것이라고 떼어내 버렸다.
이 사람, 저 사람에게 그러다 보니 여기저기 뜯겨나간 흔적들이 가득해졌다.
남들과는 좀 다른 사람, 좀 더 잘난 사람이 되고 싶은 욕심, 완벽해지고 싶은 욕심은 나의 본바탕에서 많은 부분을 남의 것이라고 떼어내 버리게 만들었다.
앙상한 뼈만 남아버렸잖아.
나의 투정에 색이 변해버린 바틀이 대답한다.
뼈만 남긴!! 살도 제대로 붙어있는 걸.
너는 온전해.
나를 봐. 물이 기름에 녹아들면 이렇게 아름다운 춤을 출 수 있어. 금빛으로 흩날리는 꽃가루를 봐.
물과 기름을 섞는 마법, 너는 이미 시작했어. 네가 누군가를 욕하다 그게 너의 모습이라는 걸 알아챘을 때, 그때마다 한 방울 한 방울 섞이기 시작했지.
마지막 한 방울이 섞이려면 뭐가 필요한지 알아?
너그러움.
자기 자신에 대한 너그러움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