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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dsmupet Jul 15. 2021

화가 나는 건 괜찮지만 모욕감은 좀 많이 힘드네

이런 날에는 이런 향기

카톡을 확인하고는 알았다.

오늘 나는 또 기분이 상하겠구나. 화가 나겠구나.

하지만 모욕감까지 느끼게 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어떤 곳에서 아로마세러피를 주제로 힐링 연수를 진행했다. 순조롭게 강의를 마치고 만족스러운 피드백도 받았다. 모든 게 좋았다. 남은 일은 강사료와 재료비를 받는 것 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남은 일'이 순조롭게 지나간 일과 다르게 덜컹거렸다. 몇 번의 덜컹거림으로 끝났으면 좋았으련만 결국은 오물을 뒤집어쓴 것 마냥 기분이 상해버렸다.


연수를 주최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연수에 필요한 행정을 집행하는 사람도 있다. 이들 간의 마찰이 그 연수에 참여한 강사에게 튄 것이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옛말이 나 같은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일까? 한쪽 고래가 이 새우는 내 편이라며 '저 고래가 너 보고 뭐라더라'며 토씨 하나 빼먹지 않고 전달한다. 그 말에 새우가 화를 내다 결국 모욕감까지 느끼는 상황이 되어버리면 그 새우는 누구에게 당한 것일까?


뒷담화가 횡횡한 직장을 그만두기 전, 나를 생각한다며 '누가 너보고 뭐라 뭐라 하고 다니더라'는 말을 전하는 동료에게 하던 말이 있다.

"그 사람 말에 동의하는 거 아니면 굳이 전달하지 않아도 돼요. 나한테 말하고 싶으면 그 사람이 직접 나한테 와서 말하겠지. 내 앞에서 당당하게 할 수 있는 말이면 왜 그렇게 뒷담화만 하겠어요?"

나에 대해 뒷담화을 하는 사람보다, 그 말을 전하는 사람의 속내를 나는 더 알 수 없다고 생각했다. 위해준다는 그 마음 뒤에 감춰진 마음이 보이는 것만 같아서 영 찜찜했다.


사실 험담은 사회생활의 필수템인지도 모른다. 당사자 앞에서 대놓고 말했다가는 여기저기서 불화를 일으키고 문제투성이가 되어버릴 수 있으니, 뒷담화를 하는 사람은 어쩌면 평화주의자일 것이다. 뒷담화보다는 당사자 앞에서 대 놓고 말하기를 선택하는 나 같은 사람이 조직에서는  '폭탄'일지도 모른다. 직장 생활을 하며 내 입에서 나오는 뒷담화도 조금씩 늘어갔다. 여전히 뒷담화로는 성에 차지 않아 당사자에게 찾아가 이야기를 하고야 마는 성질은 여전했지만, 늘어나는 뒷담화만큼 면전에서 쏟아내는 말들이 줄어들기는 했다. 직장을 그만두기 전 '뒷담화를 하는 직장인'이라는 페르소나를 완벽하게 체득했더라면 이번 일에서도 감정이 좀 잔잔했을까?


내가 왜 그런 것까지 알아야 하는 것일까? 강사비 지급 기준에 맞는 자격인지, 나의 자격증을 발행한 곳이 신뢰할만한 곳인지, 이런 주제로 논쟁을 벌이고 대치 중이라는 상황 설명. 외부자인 나는 결과만 통보받아도 충분할 것 같은데 왜 그 과정까지 소상하게 알아야만 하는 것일까? 한쪽 고래가 친하다고 생각하는 새우여서? 같은 편이니까 기분 나쁜 말은 같이 공유하자고? 우리는 정말 아군인가? 혹시 그 고래는 나에게 '동의'를 얻고 싶었던 것일까? 그런 것이었다면 속 좁은 내 마음이 미안해지지만 그렇게 생각해도 돌덩이 같은 감정이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뭐라도 해야겠어.

향수를 만들까? 롤온을 만들까?

이리저리 궁리하다 살바토레의 책을 꺼냈다. 이 책 어딘가에 '가슴 차크라' 블렌딩 레시피가 있었기 때문이다. 에센셜 오일 원액으로 블렌딩 해 놓으면 쓰고 싶은 대로 쓸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이걸로 결정했다. 손바닥에 한 방울 떨어뜨려 향을 맡아도 되고, 소금에 몇 방울 섞어 반신욕을 해도 좋을 것 같았다.

살바토레는 가슴 차크라가 용서와 연민, 무조건적인 사랑과 관련이 있다고 적어놓았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왠지 '연민'일 것만 같았다. 잘도 골랐지!


살바토레의 'Heart Chakra 가슴 차크라' 레시피 :

버가못 20%

라벤다 40%

멜리사 3%

네롤리 5%

로즈 앱솔루트 2%

일랑일랑 30%


합해서 100%니까 1%를 한 방울로 치면 총 100방울, 5ml의 블렌딩 오일이 만들어진다.

5ml 스포이트 병에 에센셜 오일을 한 방울 한 방울 떨어뜨렸다. 병을 다 채운 후 뚜껑을 덮고 흔들어서 잘 섞어준 후 한 방울을 손바닥에 떨궜다. 두 손을 가볍게 비비고 코로 양 손에 밴 향을 깊게 들이마셨다.


'난 지금 상처 받았으니까, 여기에 로즈 오또도 두 방울 더 넣을래. 내 마음에 지금 막 돋아난 이 가시들을 좀 녹여야지 그대로 두면 너무 아파서 안 되겠어.'


병에 로즈 오또 에센셜 오일을 두 방울 첨가한 후 뚜껑을 닫고 다시 섞어주었다. 그리고 손바닥에 또 한 방울. 깊이 들이마시는 향 속에서 잠시 눈을 감은 채 정지. 가슴을 꽉 죄고 있던 무언가가 호로록 풀려버렸다.

싸우는 두 고래를 향한 연민, 등이 터졌다고 울고 있는 나를 향한 연민, 이 마음이 내 가슴을 호로록 풀어버렸다.

그리고 올라온 생각 하나.

내가 배워야 할 것이 무엇이기에 이런 경험이 나를 찾아온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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