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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

이 컬러에 끌리나요?

by Redsmupet
B41 골드/골드


바틀명 : 지혜 바틀/ 엘도라도

바틀을 섞으면 나타나는 컬러 : 골드

기조 : 안으로부터 계속 채워지는 컵이 세상으로 흐르듯이 지혜가 실현되고 공유된다.

확언 : 나는 내 앞에 있는 무지개 끝의 황금을 본다. 내 존재는 빛으로 가득 차 있다.

키워드 : 황금, 왕관, 연금술, 지혜, 충만함, 환희, 명상, 자기 가치, 식별, 망상, 기만, 비이성적인 두려움



[이 환멸의 시대에, 성소란 정확히 무엇일까? 성소란 경이로움에 숨을 멎게 만드는 모든 것, 거룩한 놀라움에 넋을 잃게 되는 모든 장소를 말한다. 실제로 당신은 집을 떠나 여행할 때마다 적어도 한 번은 경이로움에 숨이 멎게 된다. 성소란 당신이 거대한 미스터리를 발견하는 모든 곳, 호라티우스라면 '마법적인 위대한 신비'라고 했을 오염되지 않은 모든 장소다.] 로버트 디세이, <게으름 예찬>, 다산초당


당신은 성소를 발견한 적이 있는가?

골드 컬러는 우리가 굳이 먼길을 떠나지 않아도 아주 가까운 곳에 저마다의 성소가 있다고 말한다. 바로 우리 몸의 배꼽 근처! 여기에 우리의 성소, 우리가 가지고 태어난 지혜의 보물창고가 숨어있다는 것이다. 태어날 때 이미 모든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나듯이 삶 속에서 발견하는 지혜는 저 먼 곳에서 우리를 찾아오는 게 아니라 바로 우리 몸 안에 있다.


"지혜의 보물창고가 내 몸안에 있는데 나는 왜 허구한 날 바보 같은 짓을 하는 거지?"

"왜 내가 가진 지혜는 나를 돕지 않는 거지?"


오라소마를 배우며 처음 골드 컬러를 만났을 때 내가 나에게 했던 질문이다.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연금술에서 얻었다. 파울로 코엘료의 책 <연금술사> 맨 뒤에 나오는 '작가의 말'에 그 힌트가 있었다.


["연금술사에는 세 부류가 있네."

스승의 대답이었다.

"연금술의 언어를 아예 이해하지 못한 채 흉내만 내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이해는 하지만 연금술의 언어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따라가야 한다는 것 또한 알기에 마침내 좌절해버리는 사람들이 있지."

"그럼 세 번째 부류는요?"

"연금술이라는 말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으면서도 연금술의 비밀을 얻고, 자신의 삶 속에서 '철학자의 돌'을 발견해 낸 사람들일세."] - 파울로 코엘료, <연금술사>, 문학동네.


나는 첫 번째 부류와 두 번째 부류 사이 어딘가에 있었던 것 같다. 책을 읽고 이것저것 배우면서 사람마다 내면에 지혜의 보물창고가 있다는 것 까지는 이해했다. 하지만 내 안에서 그 보물창고를 찾을 수가 없었다.

내면에 보물창고가 없는 사람도 있는 게 아닐까? 내가 그런 사람이면 어쩌지?

초조하고 조급한 마음은 나를 점점 더 외부의 지식과 정보에 의존하게 만들었다. 어딘가에 있을 그 해답을 찾으려고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읽었다. 답을 찾을 수 없을 때마다 '아직 뭔가를 더 배워야 하나 봐'라는 생각으로 이것저것 찾아다녔다. 그러면서 점점 두 번째 부류의 연금술사가 되어갔다.


개념을 빠삭하게 이해하게 되었는데도 여전히 나의 보물창고는 보이지 않았다. 보물창고가 있는 곳으로 난 길을 밝혀줄 등불이 머리의 언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머리의 언어는 길을 가리는 안개였다는 걸 한참을 헤매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머리의 언어, 다른 말로 이성이라는 놈은 원칙주의자였다. 이성적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 합리적인 것과 비합리적인 것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그 기준에서 벗어나면 가차 없이 '낙오자'라는 딱지를 붙이는 원칙주의자. 눈가리개를 해서 앞만 보고 달리게 만든 경주마처럼 이성도 우리를 한눈팔지 못하게 꽉 붙잡고 있다. 말은 눈가리개를 스스로 벗을 수 없지만 손이 자유로운 우리는 원한다면 눈가리개를 벗어버릴 수 있다. '왜 앞만 보고 달려야 해?'라는 질문만 할 수 있다면 언제든 고개를 돌려 옆을 볼 수 있다. 옆으로 난 무수히 많은 샛길을 따라가 볼 수도 있다. '눈가리개를 벗어도 된다'는 생각, 그건 머리의 말이 아니라 가슴의 말을 들을 수 있을 때 가능하다.


가슴의 말이 어렴풋이 들리던 순간을 기억한다. 융학파 심리분석가로부터 칼 G. 융의 <Red Book> 두 번째 수업을 들은 날이었다. 프로이트가 자신의 후계자로 삼았던 제자, 그 분야의 황태자로 우뚝 설 수 있었던 융은 모든 권력과 부, 명성, 지식을 뒤로한 채 무의식과의 대화를 시작한다. 매일 밤 우리가 만나는 꿈이 말도 안 되고 이상한 것처럼 융이 만난 무의식도 이성적인 머리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세계였다. 그는 이해할 수 없는 무의식의 세계를 이해하려고 애쓰면서, 한편으로는 그저 묵묵히 기록해가면서 긴 시간 <Red Book>을 써 내려갔다.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칼 G. 융의 이론과 개념은 대부분 이 시기에 기록한 <Red Book>에서 시작된다.


두 번째 수업에서 무의식의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에 서 있는 융을 만났다. 경주마를 위해 씌운 눈가리개를 벗어버리고 옆으로 난 샛길로 들어선 융 옆에 내가 서 있었다. 그의 긴장과 떨림 속에서 내가 꽉 붙잡고 있는 게 무엇인지 보이기 시작했다.

"evidence 과학적 근거"

다른 말로 바꾸면 이성적, 논리적으로 말이 되는 것. 더 쉽게 말하면 '남들 보기에' 말이 되는 것에 집착하고 있었다.

"오라소마는 남들 보기에 말이 되는 것인가? 이상해 보이지 않는가? 그런데 난 왜 이 이상한 걸 하고 싶은가? " 머리가 나에게 하는 말.

한참 융의 용기를 부러워하고 있는데 희미하게 가슴의 말이 들린다.

"그 이상한 게 내가 하고 싶은 거야. 솔직히 과학적 근거라고 들이대면서 하는 것들 중에 말도 안 되는 게 더 많잖아? 거기에 신물이 난 거잖아!"


그 날 이후 내 삶은 달라졌다. 불안으로 가득하던 일상은 놀이로 채워졌다. 무언가를 더 배우고, 자격증을 더 따야 할 것 같은 강박에 시달리던 시간이 내가 배운 오라소마를 통해 어떤 프로그램을 하면 더 재미있을지, 어떤 방식이 사람들에게 더 도움이 될지 구상하고 만들고 이야기하는 시간으로 바뀌었다.

'나는 이게 없어서, 저런 자격증이 없어서, 저 사람은 어디에 다녀왔다는데 나는 그런 경험도 없어서'라고 움츠러들 때는 떠오르지 않던 아이디어들이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마음속에서 새록새록 올라온다. 보물창고가 정말 내 안에 있었던 것이다. 막연하게 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난 못해'라고 구석에 밀어뒀던 일들을 지금은 다 하고 있다. '난 못해'가 도대체 어디로 증발해 버린 거지? 요새는 그냥 한다. 어렸을 때 친구들과 모여서 "이거 하고 놀까?"라고 말하면 "그래"라고 대답하며 아무 고민 없이 놀기 시작했듯이 그냥 하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물론 그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알 수는 없지만 내 안에서 '난 못해'라는 말이 사라진 것 자체가 나에겐 마법 같은 일이다.


당신도 예전의 나처럼 "나에게는 보물창고가 없는 거 아니야?"라며 불안해하고 있는가?

그럴 리 없다!

아직 보물창고로 가는 길을 찾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아니면 보물창고를 발견하고도 창고가 너무 낡아서 '저게 보물 창고 일리 없어'라고 생각하며 다른 길로 가버렸을지도 모른다.

사실 보물창고는 겉보기에 아주 허름하다. 엄청 지저분할지도 모른다. 가슴의 말이 나오는 곳, 그 보물창고는 사실 칼 G. 융이 말한 집단 무의식이다. 융은 무의식이 '수프 속의 머리카락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적으로 완벽한 상태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이상한 것. 감추고 싶은 나의 그림자. 수프 속에 머리카락이 나오면 수프를 버릴게 아니라 그 머리카락이 어디서 떨어진 건지 찾아야 한다. 머리카락이 떨어진 곳이 바로 우리 내면의 보물창고이기 때문이다.


당신 안에서 골드빛이 반짝이는 건 이제 당신도 내면의 보물창고를 찾아 나설 때가 되었다는 신호이다.

처음엔 알 수 없는 두려움과 불안이 당신을 뒤흔들 수도 있다. 머리카락이 나온 수프를 그냥 버리고 싶어 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골드로 반짝이는 당신은 아주 단단하게 중심을 잡고 있는 사람이다. 웬만한 것에는 흔들리지 않을 만큼 내면이 단단한 사람이다.

그러니 용기를 내서 머리카락이 어디서 떨어진 것인지 찾아 나서보자.



IMG_0051.JPG 이 문을 열면 무엇이 나타날까요?


IMG_0381.JPG 당신의 머리를 노리는 누군가가 칼을 들고 서 있을까요?


IMG_0362.JPG 램프요정 지니가 두팔 벌려 환영하며 어서 소원을 말하라고 할까요?


KakaoTalk_20201030_163047231.jpg 낡고 허름한 저 문이 바로 황금의 방으로 들어가는 문입니다. 이 문을 지나치지 말고 꼭 열어보세요!



<Photo by 홍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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