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을 버티는 달

by 들숨

문을 열었을 때, 모든 문이 그렇다

'아니다'를 알아챘을 때

덫은 이미 먹잇감을 공중에 매단 후다

발과 땅은 그 간극이 차라리 넓은 편이 더 낫다

희망이 발버둥 치지 않을 테니까


소문을 여는 순간 역시나

빛나는 눈부심에 얼굴이 하얗게 질린다

심지어 더 높은 곳에 앉아 빙그르 빛을 쏘아댄다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정확한 타격이다

때로는 비껴간 빛이 더 위험하다

은밀하게 튕겨 뒤통수를 따갑게 찌른다

그의 맹점은 실제와 그 시늉을 구별하지 못한다는

닿기 전에 미리 쓰러져야 남은 밤이 무사하다

그에게 반사될 빛에 몰래 얹힐 속말은

모호하고 그 파장이 길 수록 유리하다


빛이 정점을 찍을 무렵 기진맥진 늘어진 귓가

조상 가운데 누군가 그를 잡아먹은 일이 있었다는 얘기를 흘린다

부리나케 족보를 뒤지자

저 대단한 빛을 물어뜯고 베어 먹는 것도 모자라

통째로 삼켜버린 일이 정말 있었다

얼마 못 가 모두 토해냈지만 박수소리가 컸다고 한다

까마득한 까마득할 얘기지만

솔깃했고 잠깐이지만 빛의 따가움을 잊었고

처진 어깨도 펼 수 있었으니 좋아하겠다


요즘 들어 빛이 귀가를 서두른다

그의 그림자가 문턱을 넘고 열기가 가시자

홀쭉해진 배가 파리한 얼굴을 내민다

박수 소리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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