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롱 속 아이

by 들숨

닫아야 했지만

장롱문을 조금 열어 둔다

잠들어

잊힐지도 모른다는

설거지가 끝나

저녁을 굶을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에 배고픔에


닫아야 했지만

장롱문을 조금 열어둔 건

찾기 쉽게

흔적을 남기기보다는

그들의 냄새를 들으려는

적극적인 틈이었다


강아지가 먼저

찾지 않기를 바라는

강아지 보다 먼저

찾아주기를 바라는

먼저 걸어 나가지 못하는

소극적인 기다림이었다


장롱문을 닫는다

기다림이 열린다

들킴을 바라는

불안함이 넓어질수록

기다림은 점점 닫히고

오랜 잠이 열린


키 큰 아이가

아이를 찾는다

곁에 앉아 가만히 눈곱을 떼어준다

아이의 볼을 꼭 누른다

동그란 눈을 끌어안고

말없이 말한다


무섭고 외로웠지?

너는 잘못한 게 없는데

이제 내가 너를 지켜줄

다시는 장롱 속에 혼자 두지 않을 거야

떨게 하지 않을 거야 걱정하지 마

끝까지 너와 함께하며


내가 너를

온전히 사랑할 거야

내가 너를

사랑하고 사랑할 거야 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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