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까닭에

by 들숨

한 번도 울어본 적이 없어

그 흔해빠진 눈물 한 방울도

배워야만 흘려내릴 수 있는


나 아닌 다른 영혼 앞에서

눈물 지어 본 적이 없어

충분히 고개 떨굴 수 있음에도

끝내 내보이지 않아

인정머리 없는 자라는 비난 속에서도

실컷 목놓아 울어 젖힐 수 없는


지난 꿈속을 지배하는

울어서는 안 된다는

지독한 악몽 때문만은 아닐지라도

그동안 귓구멍에 담아 두고

흘러 적신 베갯잇의 수만 얼핏 헤아려도

충분히 해낼 법한 내가

흉내 한 번 내보일 수 없는


내 곪아 터진 슬픔을 이유삼아

밤새 귓바퀴를 뜨겁게 데우고

밋밋한 베갯잇에 화려함을 더할지라도

결코 혼자가 아닌 다음에야

함부로 내보일 수 없는 까닭은


기나긴 악몽 때문만도

인정머리 없는 무심함 때문만도 아닌

어쩌면 영원일런지도 모를

흘려내릴 자격이

아직 내게 남아 있지 않은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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