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잊으라 합니다
무엇보다 먼저 잊으라 합니다
잊히지도 잊을 수도 없는
사실 잊고 싶지 않은 기억을
빨리 잊으라 합니다
이리저리 떠밀리다 보니
잊을 겨를도 없었지만
행여 두고 갔을 흔적들 사라질까
애써 잊지 않았음인지도 모릅니다
들려 보낸 미안함 큰 까닭에
끊임없는 되새김으로
집요한 망각 완강히 거부하고
진저리치는 몸부림으로
희멀건 새벽을 버텼습니다
잊은 줄 알았는데
그것들 어느새 그리움으로 갈아입고
견딜만한 아픔이 되어 있습니다
아픈 상처도 무심한 세월에게는
잠시 스치는 지인의 지난 소식인가 봅니다
무뚝뚝한 그가 아픈 기억보다
여린 그리움을 더 좋아하는지도
오늘에야 알았습니다
허술한 세월을 만나
설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