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의 계절

by 들숨

차마 거역할 수 없는

게으름였기에

선뜻 떨치지 못하고

꼬깃꼬깃 쑤셔 넣어

허기를 되새김질한다


끝 모를 방탄의 합리화로

따가운 눈총에도 빈둥거리고

사흘도 못 가 곪아 터지는

해이해진 다짐의 실밥을

철사로 대신하리라 흐뭇해하며


허구한 날 젓가락 깨작거려

숨 막히는 퍽퍽 살 골라내고

살살 녹는 안일한 만찬으로

나태를 살찌우느라

무기력한 다짐을 개수대로 흘려보내며

지루했던 찬란한 하루를 설거지한다


폭식에 드러누운 나약한 목구멍이

포만을 견디지 못하고

불어난 게으름을 토해 내느라 꺽꺽 잠을 설친다


혼미한 눈이 역류를 진압할 소화기를 찾아

다급히, 늘어진 다짐을 질질 끌며

갈팡질팡 따분한 밤을 휘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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