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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란 보석 Mar 25. 2016

[시] 엄동설한

봄을 기다리며

아무리 추워야 겨울이라 하지만 이건 아니다
이 상황에서 영하 15도가 웬 말인가
정말 다 죽일 셈인가

몸도 춥고
주머니도 춥고
마음도 춥다

엄동설한 맹추위 보다 경기는 더 춥다
수주를 못하니 우리의 곳간은 점점 비어 가고 있다
동료들은  명퇴를 내고 엄동설한에 광야로 떠나갔다

과연 이 땅에 따스한 봄이 다시 올 것인가

빚쟁이는 저승사자보다 더 무서운데

골리앗처럼 칼을 빼어 들고 달려든다

삼한사온은 사천 강에서 얼어 죽었는가

기상청 희롱하는 맹추위는 물러갈 줄 모른다
제발 바람이라도 멈추어 주면 안 되겠니

허허벌판 돈키호테 찬바람에 맞서 창을 찌른다

투구는 깨지고 창은 부러졌어도

불굴의 기상만은 살아 솟구친다


세계경제는 한파에 모두가 얼어붙어버렸다
코끝이 시리고 귀가 잘라져 나가는 고통을 감내하며
두 손으로 귀를 가리니 이번엔 손이 시리다

아무리 추워도 다 이겨내고 가야만 한다
엄동설한에 여기서 포기하면 다 죽는다
정신 바짝 차리고 그대여 힘을 모아 끝까지 가자

저 멀리 아침 햇살을 등지고 누군가 오고 있다

우리의 구세주가 오고 있다

그러나 아득히 멀리 너무 멀리에 있다


과연 우리는 봄에 구세주를 만날 수 있을까

삼라만상의 조화는 다 알 수 없지만

분명 차디찬 동토에도 봄은 오겠지

"입춘대길 건양대경” 학수고대  봄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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