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등

by 노란 보석


언제부터 그곳에 서 있었느냐
누구를 위하여
어두운 밤에 외로이 서서 길을 비추나
설마 잠 못 이루고 졸고 있는가

네가 그곳에 서 있고 싶어서
네가 그 일을 하고 싶어서
네가 스스로 생겨 난 것이 아닐지라도

추운 겨울에도
무더운 여름날에도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말없이 서서 길을 밝히는
너는 가로등

얼마나 많은 차들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사연을 안고
네 밑을 지나갔는가
네가 서 있는지도 모르면서


새벽에 가장 먼저 빗자루로 길을 쓸던 청소부를 잘 알겠구나
리어카에 폐지를 싣고 힘겹게 밀고 가던 백발의 할머니도 보았느냐
자전거 타고 콧노래 부르며 신나게 출근하던 젊은이의 뒷모습은
오토바이 폭주족 젊은이들의 광란의 질주는 어떠했느냐
술이 취해 갈지자로 위태롭게 걸어가던 가장의 모습은
네 밑에서 젊은 남녀가 끌어안고 키스하던 열정의 밤도 보았겠구나

너는 말이 없구나
무엇을 보았는지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
다 알면서도

아니 말하지 말라
말해서 무엇하랴
그것이 다 인간이 사는 단편인 것을

그저 그렇게 서서 묵묵히 비추어라
그것이 네 존재 이유인 것을



*세상은 가로등처럼 묵묵히 자기 역할을 하는 사람들 덕분에 제대로 돌아가는 것 아닐까요?

<노란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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