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륜이 빛나는 선배님을 보며

K 선생님을 응원합니다.

by 은향

학교 규모가 크고 교무실이 여러 곳이다보면, 같은 학교에 근무하면서도 이름도 잘 모르고 말 한마디 나누지 못한 선생님도 있기 마련이다. K 선생님과는 수업하러 복도를 오가면서 가끔 마주칠 때 인사를 나눈 게 전부였다. K 선생님은 깔끔한 옷차림으로 단정한 인상이었고, 군데군데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이 중후한 분위기를 풍겼다. 우리 부장님께 K 선생님에 대해 물어보니, 50대 후반의 자상하신 수학 선생님이라고 했다.


가끔 공강시간에 화장실을 가기 위해 수업하는 교실 옆 복도를 오가다 K 선생님이 수업하는 교실 옆을 지나칠 때가 있다. 교실 앞뒷문이나 창문을 열어 놓고 수업을 하면, 고개를 숙이고 조심해서 빠르게 복도를 지나간다해도 교실 안의 상황이 들리기 마련이다. 칠판에 수학 문제를 풀면서 친절하게 설명하는 소리, 아이들이 푼 문제를 보며 추가 설명하는 자상한 목소리, 다정한 말투로 이런 저런 얘기를 건네며 수업을 이끌어나가시는 K 선생님의 모습에서 짧은 순간에도 따뜻한 선생님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무엇보다 수업 시간에 아이들의 집중을 이끌어 내며 수업을 운영하는 능력, 50대 후반임에도 10대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소통을 하시는 모습이 대단히 멋있어 보였다.



얼마 전, K 선생님과 급식 지도를 같이 하게 되어 처음으로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그날이 마침 3학년 아이들이 모의고사를 보는 날이라 식사시간이 조정되어 중간에 2학년 아이들이 밥 먹으러 내려오기까지 십 여분 가량의 시간이 남았다. 교무실에 올라갔다오기도 애매해서 K 선생님과 급식실 입구에서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디에서 사는지에서부터 학교 생활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 등. 한 번 입을 떼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물꼬가 트이니 꼬리에 꼬리를 물며 대화가 이어졌다. 2학년 아이들이 내려오지 않았으면, 그 자리에서 한 시간도 더 즐거운 담소를 나누었을 것이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K 선생님과 대화하며, 그 분 마음 속 깊은 곳에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깊고 따뜻한 분이라는 것이 저절로 느껴졌다. 50대에도 가르치는 일을 즐겁게 하며, 아이들과도 편안하게 소통하며 수업하시는 모습을 본받고 싶었다.


외모나 젊음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는 20, 30대 선생님은 젊고 잘생기거나 예쁘다는 이유만으로도 아이들에게 기본적으로 호감과 관심을 얻을 수 있다. 교사가 나이들면서 상대적으로 점점 어려지는 아이들을 지도하면서 세대 차이는 급격히 벌어지고, 아이돌이나 게임을 모르면 요즘 아이들과 나눌 수 있는 대화도 줄어들기 마련이다.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이 막냇동생쯤 되었다가, 사촌 동생쯤이었다가 어느 덧 조카뻘이 되었다. 아직까지는 그나마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50 중반이 넘어서도 아이들과 즐겁게 수업을 할 수 있을지, 점점 자신이 없어진다.


한 분야에 이십 년 넘게 종사하면 달인이 되고 전문가로 인정받는 게 마땅한데, 이상하게도 교사는 경력이 20년, 30년이 쌓여도 매해 새로운 아이들과 새로운 상황에서 뒤뚱거리게 된다. 정년이 있음에도 50대 중반쯤 되면, 승진하지 않은 선생님들은 명퇴를 준비한다. 사람마다 다를 수는 있지만, 명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이들과의 수업이 점점 힘들어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입시에 내신 평가 비중이 높은 교과를 담당하는 교사들은 그만큼 피로감과 부담감도 더 크기에 명퇴도 더 빠른 편이다.


K 선생님과 같은 선배 교사들이 굳건히 자리를 지켜주셨으면 좋겠다. 나이 들어도 아직 건재하다고, 아이들과 재미있게 소통하며 즐겁게 수업할 수 있다는 것을 후배들에게 보여주시는 멋진 선배 교사들이 많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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