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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와 판다

어른 아이의 질문

by 코지

인생의 갈림길에 서있는 나. A는 지금까지 해왔던 일로 일을 하기 수월하나 가슴 설레지 않은 일. 그저 할 수 있는 일이고, B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일로 깨지고 부딪힐게 뻔하나 생각할수록 입꼬리가 올라가는 일. 그저 하고 싶은 일이다.


욕심 같아서는 두 가지 일을 병행하고 싶었다. B는 봄기운처럼 땅속에서 존재할 뿐 아직 싹을 트지 않았으니까 그때까지 A를 하고 있으면 되겠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갈팡질팡하는 마음덕인지 A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B를 하고 싶지. 현실적으로 생각했을 때 돈을 벌어야 하고, 안정적인 무언가가 있어야 하니까 A를 떨치지 못할 뿐. 쉽게 내릴 수 없는 고민이 머리에 꽈리를 틀고 앉아 떠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한 영상을 보았는데, 좋은 일을 만들기 위해서는 끝을 맺어야 시작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잘 모르겠으면 신께 도움을 요청하라고. 끝맺음에 관한 이야기는 당연히 알고 있지만 신께 도움을 요청하라는 말은 생소하게 느껴졌다. 하긴 내가 신께 기도를 드린 적은 있지만 무언가를 요청한 적은 없었지. 그래서 나는 밑져야 본전으로 처음으로 신께 물었다. 그리고 응답을 요청했다.

만약 제가 지금 하는 일과 병행하며 새로운 일을 준비해야 한다면 '판다'를 보게 해 주시고, 하던 일을 끝내고 새로운 일에만 몰두해야 한다면 '호랑이'를 보게 해 주세요.


다음날 아침, 나는 깜짝 놀랄만한 일을 경험했는데 구직 사이트를 보다가 '호랑이'라는 단어를 발견한 것이다. 기업 이름이었는데 토씨하나 틀리지 않은 '호랑이'었다. 그것도 내가 가고 싶은 분야의 F&B회사였다.


눈이 휘둥그레지고 웃음이 나왔다. 입을 틀어막고 3초간 움직이지 못했다. '정말 이렇게 바로 신이 응답해 주신다고? 진작 도움을 요청해 볼걸! ' 누군가 내가 요청한 도움을 받아들였다는 생각만으로 마음이 든든하고 힘이 났다. 신은 내편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정말 어린아이 같이 순수하고 단순한 마음을 오랜만에 느꼈다.


현실적으로도 더 이상 우유부단하게 있을 수는 없었다. 고민은 할 만큼 했다고 생각했다. 어떤 결정이던 내려야 할 때였다. 이번에는 내 마음이 조금이라도 더 끌리는 것을 선택하기로 했다. 그래야 후회가 덜 할 테니까. 프리랜서로 일했던 곳에 앞으로 새로운 길을 가려한다고. 마무리는 최선을 다해 잘하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러고 나니 마음이 공기처럼 가벼워졌다. 이제야 하나의 문의 닫히는 기분이었다. 진작 이야기할걸.


어쩌면 이 결정을 후회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그냥 어린아이처럼 철없이 믿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그냥 새로운 길을 가고 싶은데 혼자 가기 두렵고 걱정되니까 이유가 필요했던 걸지도 모른다. 판다보다 호랑이가 더 흔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나는 결심을 했고, 공표를 했다. 누가 뭐래도 나의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기로! 하나의 문을 닫았으니 새로운 문을 열 수밖에 없다. 새로운 문 앞에 나를 던져놨으니 호랑이 처럼 하고 싶은 일을 향해 달려 나가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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