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특기가 있다. 빵 잘 먹는 특기.
미술심리 상담, 독서등 고독하게 내면과의 만남을 하던 중 깨달은 사실이 하나 있다. 좋아하는 것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그동안 내가 너무 어렵게만 생각했다는 것을.
종이를 펴고 쭉 끄적여 봤다. 내가 좋아하는 것 / 내가 싫어하는 것/ 내가 더하고 싶은 것들 / 나에게서 빼고 싶은 것들 / 나의 장점 / 나의 단점.
빼곡하게 종이를 메우자 유독 눈에 들어오는 단어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빵'이었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빵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빵뿐만 아니라 달달한 모든 디저트류를 좋아했다. 그러고 보니 빵과의 추억이 꽤 많았다.
유치원 시절에는 빵을 만들어보겠다고 반죽을 하고 기름에 튀겼다. 도넛을 만들고 싶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베이킹파우더가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모른 나는 도넛을 만드는데 실패했다. 주방을 난장판으로 만든 엄마의 꾸중과 인생에서의 첫 실패는 '나 = 빵을 만드는데 소질이 없어' 공식으로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여전히 빵을 먹는 것은 즐거웠다.
초등학생 시절에는 학원 앞 와플가게 사장님과 친했다. 성실하게 그곳을 들렸기 때문이다. 사장님은 와플을 하나 사면 꼬치 어묵을 하나 서비스로 주셨는데, 이 조합은 지금까지도 다른 곳에서 본 적이 없는 조합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사장님은 마케팅을 좀 아시는 분이었다. 게다가 와플 아이스크림을 주문하면 아이스크림 한통을 와플이 터저가라 속을 두둑하게 넣어주셨다. 흡사 지금 와플대학과 같은 프랜차이즈에서 나오는 비주얼이었다. 그 당시 와플대학이 생기기도 한참 전이니 사장님의 통찰에 다시 한번 놀란다.
중학교 시절에는 처음 사귄 남자친구에게 샌드위치를 만들어 줬다. 계란과 오이가 들어간 에그 샌드위치를 만들어줬는데 아직도 그 친구가 샌드위치를 먹고 지은 표정을 잊지 못한다. 미간에는 주름이 잔뜩 접혀서는 '이거 진짜 네가 만들었어?'라고 말했다. 그때의 뿌듯함이란.
대학 시절에는 '로티보이'라는 번가게 사장님과 친해졌다. 매일 학교 가기 전 모카번과 아메리카노를 사갔기 때문에 나를 기억하셨다. 뜨거운 아메리카노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 얼음 두 조각을 넣는 취향까지도. 12번의 도장이 채워지는 쿠폰을 쓰는 날에는 어찌나 행복하던지. 그날은 콧노래를 부르며 강의실을 향했다.
어른이 되어서는 생일날 친구와 디저트 뷔페에 갔다. 호텔 뷔페였는데 제주도와 관련된 재료들로 만든 디저트였다. 나는 디저트를 먹는 내내 웃음을 내려놓을 수 없었다. 모든 빵들이 하나같이 감동이었다. 맛보고 또 맛보고 5 접시정도를 먹었다. 친구는 한 접시를 겨우 먹었다. 그때 알게 되었다.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빵을 잘 먹는다는 것을. 잘 먹는 '특기'를 가졌다는 것을. 지금까지 내 생일에 간 곳 중에 호텔 디저트 뷔페의 만족도가 가장 컸다. 빵값이 비싼 요즘에 다양한 빵과 많은 양으로 먹었기에 돈이 아깝지 않았다.
이 외에도 빵과 관련된 이야기는 무수히 많지만 대략 이 정도였다. 생각해 보니 나는 늘 빵과 함께했다. 지금까지 거의 1일 1 빵을 했는데, 여행을 가서도 친구들이 아침밥을 찾을 때 나는 빵을 먹었다. 더욱이 중요한 것은 빵과 함께할 때면 늘 행복했다는 것이다. 빵은 늘 나를 웃음 짓게 만들었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빵과 관련된 일을 하면 행복하겠다고 생각했다. 일로서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지만 상상하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졌다. 막막했던 내 마음에 갓구은 빵처럼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것 같았다. 나는 이제 어린 시절 단 한 번의 실패로 내 머릿속에 각인된 공식을 지우고 새로운 공식을 입력하려고 한다.
나 = 빵을 잘 만들 수 있어, 그리고 나는 맛있는 빵 먹는 걸 좋아해.
그래서 나는 이 맛있는 빵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