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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아이와의 만남

- 외면했던 내 마음을 드려다 볼 시간

by 코지

퇴사 후 불안감이 밀려들기 시작하면서 대학 졸업시절 주로 하던 고민들이 다시 떠올랐다.

'나 이제 뭐로 벌어먹고 살지?' 이 질문은 그때보다 한층 숙고해졌다.

그때야 열정, 패기, 시간, 경제적인 뒷받침, 마음의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모든 것이 없다.

대신 경험의 축적만 있을 뿐. 그래서 다시 본질로 돌아갔다. 또다시 나의 일로서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고자 좀 더 철학적으로 내 내면을 탐구하기로 했다.


그래서 시작한 첫 번째가 나의 심리를 들여다보는 것이었다. 도대체 내가 일을 할 때마다 왜 이렇게 괴로운 것인지, 대부분 출근을 하는 것이 괴로웠기에 이렇게 살아갈 수는 없었다. 변화가 필요했다. 그래서 평소 관심 있던 '미술 심리 상담사'자격증을 공부하기로 했다. 사회 초년생 시절, 금전적으로 힘들었을 당시 지인한테 미술심리 상담을 한번 받은 경험이 있는데, 그때 꽤 많은 도움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미술 심리 상담' 공부를 시작한 건 너무나도 완벽한 타이밍이었다. 수업시간마다 교수님의 말씀이 쏙쏙 들어왔고, 지루한 시간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인상 깊었던 건 수업의 첫날이었다. 교수님께서 '내면 아이'라는 것을 알려주셨는데, 어릴 적 나를 마주하고 그때의 상처받은 마음을 알아채는 훈련이었다. 제대로 한 건지 모르겠지만, 내 이름을 부르는 순간 눈물이 한없이 흘렀다. 나 외에도 여러 학생들이 곳곳에서 눈물을 훔쳤다. 그때 알았다. 내 내면아이가 많이 아팠다는 것을. 지금까지 외면하고 모르고 있었는데 치유되지 않은 상처가 이렇게 큰 줄 몰랐다. 첫 시간부터 예측하지 못한 눈물을 쏟아낸 나는 마지막 수업까지 몰입할 수 있었고 그렇게 몰랐던 내 내면을 마주할 수 있었다.


자격증을 취득한 후에 본격적으로 상담가의 길을 가는 학생들은 상담 스킬을 늘려야 하는데, 나는 다른 졸업자분의 상담 스킬을 늘리는 것에 이바지하고자? 내담자 (상담을 받는 사람)가 되어 상담을 진행했다.

좋은 성적으로 자격증도 수료했고, 다시 회사를 들어가서 다니고 있던 터라 또다시 괜찮아진 줄 알았다. 물론 이때에 이명증상이 다시 나타나고는 있었지만.


그런데 또다시 나는 상담을 받으며 눈물을 쏟아냈다. 이번에도 의도하지 않은 눈물이었다. 가족에 관한 내용을 상담하는 중이었는데,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내가 너무 담담하게 진한 눈물을 흘리자 상담사의 눈에도 눈물이 고였다. 그때 또 알았다. 내 마음에 가족으로 인한 상처가 있음을. 사실 없을 수가 없는 것이 내 괴로운 직장생활의 8할은 가족 때문이었다. 경제적인 것을 책임지면서 생긴 무게에 내 몸과 마음이 모두 짓눌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상담 후에 내게 숙제가 내어졌다. 종종 '내면 아이'를 연습하라는 것이었다. 수시로 나의 내면아이를 불러와 말을 걸어주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생각이 날 때마다 조용한 공간에서 눈을 감고 두 손바닥을 가슴 앞에 둔 채 내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 어린 시절의 나를 떠올리며 지금의 내가 그때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했다.

'OO야, 그동안 혼자서 많이 힘들었지? 이제 내가 널 지켜줄게. 앞으로는 걱정하지 말고, 너무 힘겨워하지 말고, 하고 싶은 거 조금씩 하면서 즐기면서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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