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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히 바랐던 여행, 그리고 그 후

예상치 못한 일의 전개

by 코지

열흘간 포르투갈을 야무지게 여행하고 돌아왔다. 내가 포르투갈 여행을 간절히 바랐던 이유는 하나였다. 요즘 들어 유독 빵에 빠진 사람으로서 공부를 하다 보니 빵의 어원이 포르투갈에서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포르투갈어 'pao'가 일본에 건너가 '팡'이 되고 이 말이 한국으로와 '빵'이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내가 홍콩 여행에서 먹었던 에그타르트의 원조도 포르투갈이 시작이었다.


눈치챘겠지만, 오로지 내가 여행을 떠난 이유는 그 '에그타르트'를 먹기 위해서였다. 사실 유럽으로 빵투어를 떠나고 싶었다. 각국의 대표 빵들을 먹으며 여행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떠나기 쉽지 않았고, 포르투갈만이라도 다녀오면 소원이 없겠다 싶었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아는 동생과 이야기를 하던 도중 포르투갈 여행을 계획해서 예약을 해 두었다는 것이다. 그것도 다른 유럽을 가지 않고 포르투갈 한 곳만 가는 여행이라고. 숙소도 다 준비해 놨으니 비행기만 끊어 놀라오라는 것이었다. 간절히 원하면 정말 이루어지는 것인가? 그때부터 나는 내가 진짜 떠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아니 이건 무조건 떠나야 하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이번에 여행을 가지 않으면 또 언제 가게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출발일을 일주일도 안 남긴 채 나의 여행계획이 시작되었다.


떠나기 전 업무를 조율해야 했는데, 다행히 25년도 프로젝트 시작 전이라 플랜을 짜는 단계였고, 나는 여행을 가서 줌미팅과 자료 업데이트를 협의하고 떠났다. 그때까지는 모든 것이 수월했다.

여행 역시 모든 것이 하루하루가 더할 나위 없이 좋았고, 나는 열흘동안 매일 에그타르트를 먹고 베이킹 클래스도 들으며 소원을 성취했다. 마음 한구석에 있던 갈망이 치유된 느낌이었다.


하지만 여행에 돌아오자 일에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한국에 오자마자 진행된 미팅에서 여행을 가있는 동안 자료 업데이트가 미비하다는 이유로 논쟁 아닌 논쟁을 하게 되었고, 나는 내 여행 일정동안 시차상 커뮤니케이션이 바로바로 안된 부분은 있지만, 남아있는 프로젝트 일정에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었기에 무엇이 문제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서로의 의견이 다름을 확인하게 된 날이었다.


뭉근하게 덥혀진 열정에 찬물이 쏟아진 느낌이었다. 여행을 다녀와서 리프레시가 제대로 된 나는 계획대로, 내가 짜놓은 연간 플랜대로 일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일은 내가 예상하지 못한 정 반대방향으로 흘러갔다. 불안하고 기분도 나쁘고 복잡 미묘한 감정에 잠도 잘 오지 않았다. 인생이 제 아무리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결국 나는 여행을 가있는 동안 한 일에 대해서는 보수를 받지 않기로 했다. 새벽시간에 애써 내 시간을 들인 일들이었지만, 클라이언트가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다고 하니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다.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지만, 이것만이 해결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사기는 모두 꺾인 상태여서 이데로 이 일을 계속해나갈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졌다. 하지만 올해 주된 나의 계획이었고, B안이라는 것은 없었기에 어떤 결정도 쉽게 내릴 수 없었다.


우선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해야 할 일에 집중하기로 했다. 남은 프로젝트에 집중했고, 최선을 다해 마무리했다. 그런데도 내 마음에선 찜찜함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나는 알아내야 했다. 이 찜찜한 마음이 무엇인지.


그때부터 더 집요하게 나의 내면과 집요하게 대화를 하기로 했다. 만약 이 위기가 기회라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내가 원하는 곳으로 방향을 틀어야 하니까. 힘들더라도 불안과 맞서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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