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주차 | 지금 내 안에 두 개의 심장이 뛴다

하나는 쿵-쿵- 또 하나는 콩딱콩딱

by 고지은

2주가 이렇게나 길었던가!

병원 가는 날을 이렇게 손꼽아 기다린 적이 있던가. 조금 아프면 꾸역꾸역 참다가 약국에서 약 사 먹는 정도이지, 병원 가는 것을 세상에서 가장 귀찮아하는 나.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르다. 아기를 본다고 생각하면 매일 같이 산부인과를 드나들고 싶은 맘이다.




드디어 병원에 가는 날.

남편 없이 혼자 가게 되어 괜히 긴장되었지만, 막상 병원에 도착하니 나름 한 번 와봤다고 익숙하고 편안했다. 진찰 전에는 매번 몸무게, 혈압, 심장박동수를 측정해야 한다. 몸무게는 이미 평소보다 4kg이나 늘었고, 나머지 수치들은 안정적이다. ‘벌써 이렇게나 쪘다고?’ 흠칫 놀랐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체중계에서 조용히 내려온다. 몸무게로 말할 것 같으면 임신 사실을 알기 전까지, <생일주간>을 제대로 즐긴 탓이 클 거다. 게다가 요즘엔 잠에 취해 있어 운동을 거의 못하고 있다. 가볍게 스트레칭하는 정도로 운동량과 강도를 확 줄이고 16시간 가까이 누워만 지내니 그럴 수밖에. 안정기가 되면 임산부 요가와 필라테스 위주로 운동을 다시 시작하면 될 터이니 오늘의 몸무게는 그리 걱정하지 않기로 한다. 놀라운 수치를 애써 외면하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다 보니 다가온 내 차례. 지난 열흘간의 증상과 고민들을 의사 선생님께 모두 털어놓는다.




- 입덧이요? 먹는 건 전혀 문제없어요.

- 잠을 신생아 수준으로 엄청 잡니다. 가슴은 여전히 쥐어짜듯 아프고요.

- 새빨간 피는 아니지만 살짝 갈빛 소변이 묻어 나오기도 해요. 지금까지 한 네다섯 번 정도.




좋아요, 아주 건강하시네요!

입덧이 없는 건 복 받은 것이고, 잠이 쏟아진다는 건 아기가 무럭무럭 크고 있다는 증거고요. 가슴은 출산 전까지 아플 수 있고, 이 정도의 옅은 갈빛 분비물이라면 고여있던 피가 나오는 것이니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남편이 찾아본 엉뚱한 정보에 의하면 입덧이 있어야 아기가 건강하다고 하여 내심 걱정했는데 우선 마음이 놓인다. 과장되고 자극적인 콘텐츠가 참 많다지만 나까지 이런 정보에 흔들릴 줄이야. 휴우.




그럼 이제 아기 심장소리 느껴볼까요.

- 아이쿠, 지금 아기가 구석에 숨어 있네요. 심장박동 소리가 좀 작게 들릴 거예요. 어디보자….

- 콩딱콩딱콩딱콩딱.




콩알보다도 작은 심장이 콩딱거리며 뛰는 모습이라니, 너무 작고 소중하다. 임신 소식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와는 또 다른 감동이다. 이번에도 역시 <감사합니다>라며 감탄을 연발했다. 나의 심장은 <쿵- 쿵-> 심박수는 77 정도였는데, <콩딱콩딱> 뛰는 아가의 심박수는 무려 134. 두 배나 빠르게 뛴다. 빠른 심장박동은 잘 자라고 있다는 증거라니, 감사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나의 맥박수는 77, 아기의 맥박수는 134!




가족들에게도 직접 만나 임신 소식을 전했다.

두 눈 번-쩍 똥~그래진 부모님들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 놀라신 것 이상으로 한없이 기뻐하셨다. 특히 시부모님! 지인들이 아기 소식 없냐고 많이들 물었지만 그동안 우리에게 내색할 수 없다고 하시면서도, 사실 그 누구보다도 기다리신 듯 하다. 정말 좋아하셨다. 우리 엄마아빠와도 이런 행복을 나눌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벅차던지, 소식을 전할 때 나는 또 기쁨의 눈물을 펑펑 흘렸다.

우리 아기는 벌써부터 온 식구의 사랑을 흠뻑 받고 있다. 이 또한 너무 감사하다.




아가야,
조꼬만 심장이 콩콩 뛰는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몰라. 아가를 만날 생각에 무지 들뜬 엄마보다도 빠르게 뛰고 있더라. 콩닥거리는 게 벅차지는 않을지, 엄마가 더 건강히 먹어서 에너지 나눠줄게.
언제나 사랑해.

2025. 0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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