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건강하기를, 또 건강하기를
밤에 아무리 잘 자도 낮잠이 이렇게나 쏟아지는데 매일같이 직장에 나가야 하는 임산부들은 얼마나 힘들까. 임신 후기로 갈수록 자궁이 커지고, 방광이 눌리면서 화장실을 자주 가고 싶다고 하는데 나는 벌써부터 그렇다. 새벽에 꼭 한 번은 깨서 화장실에 가야 한다.
오늘도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 아침 먹으며 정신을 차려볼까 싶을 때쯤,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 지난번에 하고 가신 산전검사의 결과가 나왔는데요. 갑상선 관련 수치에 이상이 있어요. 가능한 빠르게 병원에 오셔서 처방받으셔야 할 것 같네요.
- 네? 오늘 당장 갈게요.
지금은 아직 아침 9시. 병원 예약 시간은 저녁 6시에 30분. 그 시간까지 어떻게 가만히 기다린담. 유튜브를 켜서 <임산부 갑상선>을 검색해 보는데,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생기면 태아의 뇌 발달에 문제가 될 수 있다.
갑상선 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되면 조산, 선천성 기형아를 출산할 수 있다.
무서운 이야기로 가득하다. 우선 남편에게도 소식을 전하고, 퇴근 후 병원을 같이 가보기로 한다. 도움이나 위로가 되는 것은 전혀 찾지 못한 채, 깊게 휘몰아치는 알고리즘에 빠져 있다 보니 세 시간이 훌쩍 지나있다.
집에서 혼자 걱정하고 있는 것보다 차라리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을 기다리는 게 마음이 놓였다.
- 무증상 갑상선 기능 저하증입니다. 산모님의 갑상선 자극 호르몬 수치가 기준보다 아주 조금 높은데요. 일반적인 성인이라면 정상적인 수치지만, 임산부의 정상 범위는 살짝 벗어났어요.
태아는 아직 갑상선 호르몬을 직접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엄마에게서 전달해 받는다고 한다. 즉, 임산부라면 갑상선 호르몬을 아기에게도 나눠 줘야 하니 평소보다 더 많이 만들어야 하는 것. 근데 속상하게도 나의 갑상선은 호르몬을 예전처럼 적당히만 만들어 내고 있으니, 갑상선에게 더 부지런히 일을 하라고 명령하는 호르몬이 많이 분비되고 있는 상황이다.
- 지금부터 출산하시기 전까지 약을 드시면 큰 문제는 없을 거예요. 오늘 처방해 드릴 테니 받아 가세요.
약 먹으면 <괜찮다고> 하는 말에 눈물이 왈칵 났다. 의사 선생님은 당황하면서, 수치가 그렇게 높은 것도 위험한 상황이 아니라고 서둘러 안내하셨다. 지금 흘리는 눈물은 시간이 지나면 민망한 눈물로 기억될 거라고 웃으며 위로해 주셨다. 위험하다고 판단하는 건 보통보다 +8 이상 높아야 하는데, 나는 고작 +0.03이라 미미한 정도라고.
- 아기의 건강한 뇌를 위해 영양제를 미리 챙겨 먹는다고 생각하세요! 왜, 우리 아기가 좀 똑똑하면 괜히 더 좋잖아요. 산모님의 수치는 그 정도로 걱정할 정도가 아니예요. (미소)
오늘도 역시 병원에서 나오면서 한 마지막 말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기가 쏙쏙 빨려 에너지 보충이 필요하다며, 남편과 동네 곱창 맛집에서 기력을 채웠다. 그래, 힘내자! 건강하게 먹고 운동해서 몸도 정신도 마음도 사람이 되어야지.
아가야,
겁이 많은 나지만 너를 생각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아. 엄마가 되는 건 처음이라 미숙하겠지만 계속 배우며 성장해 갈게.
함께 하자. 사랑해.
2025. 05.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