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나의 꿈

돌고 돌아 제자리

by 고종구


초등학교 시절, 미래의 꿈을 그리는 시간에, 커다란 비행기 옆에서 스패너를 들고 있는 사람을 그렸다. 세상에서 가장 큰 걸 고치는 사람. 맞다. 나는 비행기 수리공이 되는 게 나의 꿈이랍시고 그렸다. 당시엔 레고가 있는 친구집이 가장 부러웠고, 못쓰는 가전제품이 있으면 궁금한 마음에 뜯어보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명절 때 받은 용돈으로 벼르고 벼르던 라디오 키트를 사서 땜질까지 완벽하게 해서 기어이 완성을 시켰던 게 나다. 당시엔 고무동력으로 하늘을 나는 글라이더를 만드는 게 유형이었는데, 그걸 만들어 슝~하고 하늘 위로 날려보곤, 저런걸 만들 수 있다면 참 좋겠다~ 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게 '비행기 수리공'이라는 데까지 생각이 이어진 셈이었다.


하지만 꿈만 꾸기에는 세상이 녹록하지 않았고, 모두가 헥헥거리며 뛰어가는 무리 속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버둥거리다보니, 어린시절에 그렸던 꿈 따위는 잊은지가 오래였다. 하지만 대학에 들어가고, 스스로 펼쳐볼 수 있는 여지들이 생기면서 눈길이 가는 이들이 생겼다. 회한의 눈물에 젖은 이들의 곁에서 위로를 하고, 간절하게 기도를 해주는 이들을 보면서, 이들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고쳐주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했다. 당시 공대를 다녔는데, 인문대학을 기웃거렸다. 공학용 계산기로 톡톡 두드려가며 시험을 치루곤 했었는데, 무슨 백일장을 나온 것도 아니고 커다란 종이에 더 쓸말도 없는데 자꾸 글을 토해내야 하는 철학과 시험을 치루며 문화충격을 받은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다.


젊은 날에 피정을 갔다가 한 예수회 사제와 깊이 대화를 나눴다. 사제가 아닌 한 사람으로서 자신의 운명을 짊어지기로 결정한 그 인생의 굽이굽이를 함께 들여다보며 울며 웃었다. 어느순간, 내게 다시 공부할 기회가 찾아온다면, 철학과 심리학, 신학을 공부해야겠다 마음먹었다. 공동체 안에서 몸노동을 오래 하면서 내 주제에 뭔 공부냐 했지만, 간절함이 길을 만든다고 했나, 기회는 반짝거리며 찾아왔고, 뜨문 뜨문이긴 했지만, 대학원을 두 번이나 댕기며 심리학을, 신학을 공부했다. 노동하랴, 공부하랴, 살림하랴, 없는 시간을 쪼개가며 뛰어댕기느라 다리가 찢어질 것 같았지만, 내게 찾아온 기회를 간절하게 부둥켰다. 연구실, 도서관, 코로나 땐 집 구석에 쳐박혀 논문을 써내고 졸업을 할 때마다 몸뚱이 어딘가에 하나씩 기어이 고장이 났다.


하지만 그런 공부가 사람의 마음을 고쳐주는 일로까지 연결짓지는 못했다. 내가 좀 어리숙한건지, 아니면 그런 끈기가 부족했는지는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 그저, 내 길이 거기까지였나보다. 하고 고개를 주억거릴 뿐이다. 얼마전부터 시작한 밥벌이를 위한 기술공부를 하면서, 매일 새벽마다 쏟아지는 수식과 외울거리를 앞에두고 머리를 쥐어 뜯기를 거듭하고 있다. 돌고돌아 사람의 마음을 고칠 그릇이 못됨을 알았으니, 다시 기계라도 고쳐볼 셈인가? 라고 생각하며 웃곤 한다.


여담이지만, 공부가 팍팍할 때마다 공대 다닐 때 왜 '하느님나라와 복음을 위해 살겠노라'를 외치며 눈앞에 둔 공부를 밀치고 떠났는지를 되묻는다. 짜식아, 갈 땐 가더라도 단도리를 잘 해놓고 갔었으면 나이먹어 이렇게 고생을 안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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