찝찝하게 살지 않을래요
찝찝함을 늘 달고 살았다.
마음속에 스쳐갔던 수많은 생각들을 오랫동안 잡지 못했다. 마음속에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이리저리 굴리다가 풀어냈던 시간들도 있었다. 하지만, 삶은 이런 나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너도나도 정신없이 뛰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나도 이래선 안되겠다. 다급함에 못이겨 생각들을 버려두고 달려가기 시작했다.
다들 그렇게 사는 줄 알았다. 그리고 나도 그래야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달리면 달릴수록 마음속에 풀어내지 못한 이야기들이 수북히 쌓여가는 게 느껴졌다. 그게 뭔지도 모르면서, 그저 찝찝함을 느낀 채로, 평소에 하던대로 그냥 달려갈 수밖에 없었다. 일을 해야하니까. 아이를 봐야하니까. 공부를 해야하니까...
그러다, 문득 뒤를 돌아봤다. 이렇게 또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한 해가 되어버릴 것 같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내가 기록하지 않으면, 누구도 나의 생각들을, 나의 일상을, 내가 꿈꾸는 삶에 대해 기억해주지 않는다. 아무리 일상이 바빠도, 바쁘다는 핑계에 숨어 나를 기록하는 일을 미뤄선 안되겠다. 라고 다짐을 하던 차에, 기회가 찾아왔다.
매일의 일상을 기록하며 지낸지가 한달이 지나고 있다. 그거 한 달 겨우 했다고 앓는 소리 하는거냐 싶지만, 그 겨우를 한 달이나 꾸준히 했다는 게 지금의 내게 무척이나 뿌듯함을 안겨주고 있다. 여전히 더 잘 쓰고 싶어하는 마음과, 이정도면 되지 않았나 하는 마음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느라 흔들릴 때가 많지만, 그럼에도 기록의 목적은 나의 삶을 풍성하게 하는 것이지, 나의 삶을 잠식하는 것이 아님을 기억하며, 정한 시간 안에 갈무리하고자 애쓰고 있다.
한몸살이의 일원으로, 어린 두 아이와 옆지기와 더부살이하는 가장으로, 식당에서 노동하는 일꾼으로, 새로운 밥벌이를 위해 공부를 하는 수험생으로 살아가는 또 하루가 시작되었다. 이 중 어느것도 소홀히 할만한 게 없다. 이게 지금의 내가 짊어져야 할 책임이고, 살아야 할 이유이도 하기 때문이다.
얼마전부터 또 하나의 정체성을 들이기 시작했다. 기록하는 나. 아직은 민망하기도 하고, 쑥쓰럽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기록함이 주는 뿌듯함이 퍽 마음에 들어 밀어두지 않기로 했다. 이제는 더이상 찝찝함을 담아두고 살고 싶지 않다. 매일의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꿈을 꾸는지 기록하며 살고 싶다. 앞으로 10년, 20년이 지나 지금의 때를 돌아볼 때, 그저 치열하게 살았지, 라며 가볍게 넘기지 않고 그 때의 기록들을 더듬어가며 추억에 젖을 수 있는 한 뼘의 틈이 되어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