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리삐리 카메라
물건에 애착을 잘 갖지 않는 편이다. 그 때가 고등학교 시절 없는 살림에 어머니가 큰 맘 먹고 사주신 빨간 자전거가 자물통만 남겨놓은 채 사라져 버렸을 때였는지, 아니면 형이 직장생활을 하며 마련한 첫 차의 옆문을 홀라당 긁어먹었을 때부터였는지, 것도 아니면 청년시절 바람처럼 살자며 커다란 등가방 하나에 라면박스 두 세개만 덜렁 들고 여기 저기 떠돌 때였는지 모르겠지만, 어찌되었든 내겐 물건이란 필요에 따라 잠시 손에 있다 때가 되면 보내줘야 하는 숙명을 피할 수 없는 무엇이 되어 있었다.
8년 전, 내 생애 첫 직장이라 할 수 있는 곳에서 월급을 받고 뭘할까 하다 카메라를 한 대 샀다. 큰 돈이 들어가기도 했지만, 줌링을 당기면 움직있는 렌즈 경통도, 셔터를 누르면 삐리삐리 하면서 자동으로 초점을 맞춰주는 카메라의 움직임이 참으로 신통방통해서 눈길이 갔다. 그리고 한동안 쉬는 날만 찾아오면 그 카메라 한 대를 어깨에 덜렁 매고 골목길을 거닐다 돌틈 사이로 핀 들꽃을, 도로 갓길에서 시멘트를 나르고 있는 일꾼의 뒷모습, 대학 교정에서 깔깔거리며 웃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 따위를 담고 다녔다.
제도권 교회에서의 노동을 관두기로 작정하고, 밥벌이로 할 것을 찾다가 카메라를 떠올렸다. 때마침, 알음알음으로 북녘에 고향을 둔 이들을 카메라로 담을 일들이 생겼다. 이거, 노저어야 하는 상황인가? 열심을 내었다. 하지만, 가족을 먹여살릴정도로 커지진 않았다. 남는 시간에 세차를 했고, 찻집에서 음료를 만들었다. 인테리어를 했고, 식당에서 밥과 찬을 지었다.
나는 아직도 카메라를 잡고 있다. 그리고 가끔씩 일을 한다. 결혼식장에, 행사장에, 가끔 매장이나 회사를 가기도 한다. 하지만, 책임져야 할 가족들이 있는 상황에 아직도 카메라를 잡고 있는 게 욕심인걸까. 하고 돌아본다. 지금의 나는 그 시절처럼 순수하게 카메라를 대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따금씩 뷰파인더에 담긴 이미지를 보며 아이처럼 기뻐했던 그 순간들이 떠오른다. 그럼에도 이젠 카메라와의 질긴 인연을 진짜 놓아주어야 할 때가 온건가, 하는 고민이 드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