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의 글쓰기가 바꾸는 일상

흘려보내야 담긴다

by 고종구

또 한 주가 그렇게 흘러갔다. 해가 갈수록 손 위에 올려놓은 모래가 스르르 흐트러지는 것처럼, 시간도 내가 미처 손쓸 틈도 없이 내 손에서 떠나가 버리는 것 같은 아쉬움에 오랫동안 젖어 있었다.



사실, 핑계가 없는 건 아니었다. 출산 이후 몸을 추스려야하는 옆지기를 위해서라도 어린 생명들을 돌보는 일에, 살림살이에 손을 보태야 했다. 틈틈히 영업도 해야했고, 필요한 공부도 해야했다. 하지만 그런 핑계들이 나의 일상을 기록해주는 않났다. 이따금씩 머릿속에 맴돌았던 짧은 이야깃거리들도 시간이 흘러가면 다시 기억나지 않아 애먼 머리카락만 쥐어뜯곤 했다.



나의 삶을 풀어낼 곳을 찾지 못하니 자꾸 애꿎은 자리에 불똥이 튀었다. 바쁜 일상 때문에, 옆지기가 잘 도와주지 못해서, 어린 네가 자꾸 울어서 등등 별별 이유를 들어 화를 풀었다. 짐짓 적극적이지 않은 태도로, 수동적인 말투로, 보고도 외면하고마는 시선으로. 그렇게 해놓고 가장 속이 상한 이도 바로 나였다. 세월이 흘러가면 더 성숙해져야 하는데, 나는 왜 옹졸해져만 가는가. 라는 생각에 갇혀 속앓이를 했다.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가정에서 한 생명을 맞이하는 이 소중한 시간들을 잘 기록하여 기억하고 싶다는 바람을 이제부터라도 일궈보고 싶었다.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보다, 서툴더라도, 엉성하더라도, 내면에서부터 떠오르는 솔직한 문장들을 생생한 모습으로 끄집어 내고 싶었다. 이제 겨우 닷새를 썼을 뿐인데, 하루의 일상이 조금씩 변화되고 있음을 실감한다. 옆지기는 그 사이에 내가 한결 부드러워졌다며 엄지를 치켜 세웠다.



잘 흘려보내야, 또 새로운 게 담기는 게 자연스러운 이치이다. 내 안에 묵은 것들을 쓸어내니 비로소 내가 무엇인지, 내가 담고 싶은 게 무엇인지가 비로소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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