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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신과 간호사 KokoA Apr 20. 2024

우울증만 있는 게 아니었어?

ADHD ‘같아’ 보인다고?

얼마 전까지 유명인들이 앓고 있는 것으로 자주 들려왔던 정신질환은 공황장애였다. 그런데 요즘은 공황장애보다  ADHD 가 더 심심찮게 들리는 것 같다.

ADHD의 정식 명칭은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장애(Attention-Deficit/Hyperactivity Diorder)이다.


유명인들의 질환으로 ADHD에 대해 알게 되고 정신과에서 일하며 ADHD에 대해 깊게 배우며 어쩌면 내게 우울증 외 다른 병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우울증 외 다른 병이라고 생각했던 건 성인 ADHD.


ADHD라고 하면 흔히 아이들이 겪는 질환으로 알고 있었다. 다행인 건지 불행인 건지 식상한 표현을 빌리자면 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어서 이 정보 홍수는 노력을 덜하고도 똑똑할 수 있게 해 준다. 정보 홍수 속에서 알게 된 성인 ADHD와 내가 겪은 증상들을 대조해 보니 우울증만의 문제가 아닌 듯했다. 그래서 자신 있게 반기를 빼어 들었다.


저 우울증만 있는 게 아닌 것 같아요.

가볍게 나의 공격을 피하며

“현진 님은 중증 우울증이에요.”


그래도 물러나지 않지.

“우울증만 가지고 이렇게 정신없이 살 수 없어요.”


들어와.

“검사라도 해보실래요?”


“검사요?”


“얼마 안 걸려요. 간단한 검사가 있어요. “


MBTI로 비유하자면 나는 J. 평소 나였다면 계획에 없는 일은 하지 않았을 텐데 뭔가 주치의에게 내가 맞다는 걸 증명하고 싶다는 이상한 승부욕이 발동했다. 

내 주치의는 T다. 그것도 대문자 T. 

현실을 직시하고 논리적이고 눈앞에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 아마 환자인 내가 스스로 진단을 내려 잘못된 치료 방향으로 갈까 염려하여 “문제”로 판단해 “해결”을 하려 한 듯하다. 하지만 난 내가 ”문제“라고 느끼지 않았고 만약 내가 ”문제“라면 ”해결“은 내 스스로 하고 싶었다.


주치의가 내게 권유해던 CAT(해피마인드 종합주의력 검사) 검사였고 그날 바로 검사를 받았다. CAT검사는 간단히 말하면 5가지 주의력(단순주의력, 선택주의력, 지속주의력,  분할주의력, 작업기억력)에 대해 6가지 검사를 실시한다. 이를 통해 각 주의력의 수준을 파악할 수 있고 주의력 결핍 여부를 평가할 수 있다.


검사를 마치고 진료실로 다시 돌아가 자리에 앉자마자 눈도 마주치지 않고 컴퓨터 속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주치의가 내게 한 첫 말


ADHD 같아 보이네요.

아, 거두절미하고 결론부터 말하는 이 사람의 이 깔끔함을 나는 너무도 싫어하고 좋아한다.


주치의는 내게 ADHD “입니다”라는 어미를 쓰지 않고 “같아 보이네요”라는 불명확한 어미를 택했다. 잠시 내게 중증 우울증일 뿐이라고 확언했던 것과 다른 결과가 나와서 그런가 싶었다. 그러나 우울증과 ADHD는 진단 기준이 명확히 다르기도 하고 정신질환은 타 질환과 다르게 검사를 해도 분명하게 “이 병입니다.”라고 말할 수 없다. 특히나 ADHD에 대해서는 더더욱 확진을 내릴 수 없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ADHD아동기에 시작되고 몇 가지 증상이 12세 이전에 나타나야 한다는 요건이 있다. 내 주치의는 나의 아동기에 대해서 질문했는데 12세 이전, 12세 이후부터 30세 한국으로 돌아와 이혼하기 직전까지 나는 부주의나 과잉행동, 충동성 등으로 문제가 없었다. 그래서 내 주치의는 내가 불편해하는 ADHD처럼 보이는 증상들이 우울로 인한 증상이라고 확신했을 것이다. ADHD는 12세 이전에 어떤 증상이 없으면 진단할 수 없다. 그래서 ADHD로 보이는 것의 증상이 13세 이후에 처음 발생할 때는 다른 정신질환에 의해 설명되거나 물질 사용의 인지 효과를 나타낼 가능성이 더 높고 주치의는 나에게만 면담을 진행했기 때문에 내가 나의 아동기 때 증상을 기억해 내는 것은 어려워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판단한 듯 했다. 하지만 검사 결과는 내가 ADHD임을 시사하고 있었고 항우울제와 수면제는 단약한 시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은 ’콘서타‘뿐이었다.


이렇게 나는 ADHD와 만나게 되었다.


*콘서타=ADHD 약물 치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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