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을 그만두다
요가는 내 전부였다.
요가와 만난 것은 스물하고 얼마 더 즈음. 일본.
외로운 타지 생활에서 요가는 내 친구가 되었다.
도를 닦거나 성인이 될 생각 같은 건 없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요가는 삶이 되고 삶이 요가였다.
완전 채식부터 부분 채식까지.
요가는 삶의 지침으로 야마,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제시한다. 5가지 야마 중 제일 중요한 것은 '아힘사'로 불리는 '비폭력'. 요가를 설명하는 그 자체이기도 하다. 요가를 떠올릴 때 자연스레 채식과 이어지는 것은 아마도 이 '아힘사'때문일 터.
요가 수련자들은 조금이라도 일상생활에서 덜 '폭력적'인 것을 하기 위해 채식을 선택하기도 한다.
나 또한 그랬다. 완전 채식인 비건부터 시작하여 육류만 제외한 채식인 페스코 채식까지.
형태가 바뀌기는 하였으나 나는 '채식주의자'였다.
주의, 신념이라고도 불리는 그 어떤 것.
스스로 정한 이 약속 같은 것을 깨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요가와 함께 나는 서른하고 넷이 되었다.
내 전부는 요가였다.
서른하고 넷. 그때는 몰랐다.
요가보다 더 사랑하는 존재가 생길 줄은.
멈춰있는 듯 시간은 흐르고 있었고
닫혀있는 듯 마음은 열리고 있었다.
서른하고 다섯. 결혼을 했다.
가족이 생겼다.
그는 내 전부가 되었다.
그는 내 전부다.
우리는 아이를 원했다. 우리는 생각을 나눴다.
현실적으로 육류를 제외하고 단백질을 얻기란 쉽지 않다는 결론이었다. 채식을 그만두기로 했다.
그만두려니 두려워졌다. 고기를 먹으면 무너질 것 같았다. 채식은 요가의 가르침을 따르기 위해서도 있었지만 이 세상에 유일하게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기도 했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지고 내 존재가 옅어지는 것이 두려웠다. 하지만 두려움은 잠시였다. 막상 식탁에 앉아 그의 옆에서 고기를 먹으니 신념 같은 건 아무렇지 않게 되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음식을 내놓고 함께 나누어 먹는 식탁은 사랑 그 자체였다.
고기와 기타 등등을 챙겨 먹으며 준비하고 있지만 아직 아기는 찾아오지 않았다.
그러나 아기를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더 사랑하는 것을 위한 포기와 더 소중한 것을 위한 양보를 배우고 있다.
채식을 하면서도 몰랐던 것들이었다.
아, 어쩌면 '아힘사'는 격식과 수행보다 이런 마음들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