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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누구이고 싶은가

by 제이미

태안 펜션 작은 방 두 개를 예약했다.

많이 오면 일 년에 세네 번 오는 단골 펜션이다.

이번엔 친정엄마도 같이 오셔서 한방은 엄마, 한방은 남편 나 아들이 쓰기로 했다. 그런데 엄마가 살짝 작은 방에 들어가서는 곰팡이 냄새난다고 바로 컴플레인을 하신다. 그 펜션 사장님을 너무 잘 아는 나는 왠지 민망하다. 이 펜션이 원래 연식이 있어서 약간 냄새가 나긴 하지만 난 심하다고 생각 안 했는데 다짜고짜 그러시니 그럼 방 바꾸자고 하고 빨리 넘어가려고 노력한다.

참 애매한 상황. 고객으로서 따질 건 따지는 게 맞긴 하는데 항상 편하게 깨끗하게 해 주시려고 해 주신 사장님을 알기에 엄마 말에 맞장구칠 수 없었다. 난 누구이고 싶은가. 그냥 항상 오는 착한 단골 고객이 되고 싶은 건가. 가끔은 그냥 난 좋은 사람이고 싶은 게 아닐까.


엄마가 남편과 아들은 낚시한다고 정신없으니 나보고 같이 자자고 한다. 끼리끼리 자자는 얘기다. 그것도 불편한 나. 아직 아들 챙겨줘야 할 부분도 있고 시간 맞춰 재우고 자는 것까지 봐야 마음이 놓이는 나라서 엄마와 자면 더 못 잘게 뻔하다. 아이와 자는 게 길들여져 버린 나. 난 엄마 딸인데 이제 우리 가족이 편하다.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르지만 참 아쉽기도 하다. 그래도 분명한 건 혼자 자는 게 제일 편하다는 것.


난 누구이고 싶은가. 좋은 게 좋은 거고 평화롭게 넘어가고 싶어 눈치 보는 내가 천상 둘째구나 싶고 짜증 나고 피곤할 때가 있다. 그냥 나는 나여야 하는데 관계가 참 상황을 애매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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