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에서 결국은 끼리끼리 잤다.
남편은 아들과 나는 친정엄마와 함께 잤다.
첨엔 그냥 좀 비좁아도 남자들과 같이 지내려고 했는데 안 그러길 참 잘했다.
방 하나는 깨끗하게 유지돼서 쉴 수 있었다.
남편과 아들이 머무는 방은 해변을 자주 왔다 갔다 하니 난장판 ㅠㅠ 그들은 방에 잘 있지도 않고 그저 잠만 자는 용도로 쓰고 친정엄마방은 시원하고 밝고 티비가 틀어져있어 상쾌하게 쉴 수 있었다. 남자들의 방은 어딜 가나 확연하게 틀리구나.
엄마 같이 와줘서 고마워.
엄마와 함께 드라마 본방사수 하고 맘껏 티비 보면서 지낸 3박 4일이 참 좋았다.
결혼하고 tv를 없애고 산지 어느새 10년이 지나가니 함께 tv 보는 것만으로도 새록새록 옛날 생각이 난다. 어렸을 때 항상 tv가 틀어져있는 집에서 자라서 그런지 이번 여행은 엄마와 tv 보며 수다 떠는 추억 소환 여행이었다.
내가 그동안 지저분한 남자들에게 익숙해져서 살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계속 뒤따라 다니며 치우는 게 몸에 배어버린 나.
친정엄마의 말 한마디에 확실히 느꼈다.
"나는 딸만 키워봐서 몰랐는데 진짜 장난 아니네."
하하하하하.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