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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쑥, 애교

by 제이미

나는 어렸을 때 수줍음이 많은 아이였다.

어린 나한테 경상도 여자인 우리 엄마는 무섭다기보다 뭔가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그런 엄마였다.

그래서 그런지 난 애교의 애자도 모르고 자랐다. 아빠는 유머감각이 있으시고 바람 빠진 공처럼 유들유들하시긴 했다.

둘은 안 맞아도 너무 안 맞았다.

아무튼 그 둘 사이에서 자란 내가 애교가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런 내가 엄마가 되고 어쩐 일인지 아이한테 애교가 넘쳐난다. 아이가 아기 때보다 특히 요즘 더 그런 거 같다. 이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귀여운 티가 사라져 갈 것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감지를 한 건지.

나도 몰랐던 나의 모습이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내가 받고 싶었던 대우를 아이한테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나갔다 들어오면 환하게 웃으며 맞아주는 엄마, 아침에 일어나면 따뜻하게 잘 잤냐고 물어봐주는 엄마. 내가 그런 엄마를 원했는지도 모른다. 내가 원하는 엄마상을 지금 우리 아이한테 해 주며 역만족을 느끼고 있는 건 아닌지.

참 모를 일이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도 애교가 넘친다.

에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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