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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미 Apr 12. 2023

40대 전업주부가 미용실에 간다는 것은

일상 기록

더 이상 이쁘고 뭐고 그런 건 상관없고

아이가 학교 간 자유시간에 서비스를 받는 거 자체에 의미가 있다. 

누군가가 머리를 너무 시원하게 감아주니 매일 가서 머리만 감았으면 좋겠다. 

어릴 때 엄마가 매일 머리 감아주는 것은 당연한 걸로 생각했을 텐데 내가 아이 머리를 감아주다 보니 이건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그러니 가끔 받는 서비스가 이리도 감사하다.

내가 가는 단골 미용실 원장님은 나를 잘 알기도 하고 말을 많이 안 하신다.

수다를 별로 안 좋아하는 나한테는 딱 좋다.


머리를 좀 길러볼까 하다가도 감당이 안 돼 바로 짧게 잘라 달라고 부탁한다.

튀기 위한 염색이 아닌 튀지 않기 위한 새치 염색을 한다. 

그러니 색을 고를 필요도 없다.

언제부터 이렇게 됐을까.

언제겠어 엄마가 되고나서부터겠지.

짧은 머리가 그나마 어울려서 다행이다.

더 늙기 전에 좀 길러볼까 생각해 보지만

누구한테 잘 보이려고 기르나?

역시나 머리 감기 귀찮아서 못 기르겠다.


결혼하기 전에는 어땠을까?

미용실 자주 갔었다.

그것도 한번 하는데 20만 원이 훌쩍 넘는데도 기분 전환 삼아 펌 종류를 바꿔가면서 했었다. 

지금은 기분 전환 삼아 머리하러 갈 시간도 없고 기력도 없다.

외모를 꾸며도 아줌마 소리 듣는 건 매한가지라 그냥 그 시간과 돈을 아끼고 다른데 쓰는 게 남는 장사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튀지 않기 위해 미용실에 갔다가 '아~내일까지 머리 안 감아도 되겠구나.' 하며 안도의 한숨을 쉬고 집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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