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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미 Jul 24. 2023

매년 한 나라에만 간다는 것은?

설렘 없는 여행

여행이 아니다. 방문이다. 연애 4년에 결혼 10년.


결혼하고 신혼여행으로 태국과 딱 한번 아이 어릴 때 괌에 간 거 빼고는 줄곧 캐나다만 갔다. 여행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사람도 많은데 배부른 소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댁이 캐나다이기 때문에 매년 한 번씩 꼭 캐나다를 갔고(팬데믹 기간 제외) 이제 결혼 10년 차가 되니 캐나다 가는 것은 여행이 아닌 아주 먼 시골에 가는 기분이다. 아들이 아기 일 때는 캐나다 가는 여정 자체가 정말 고생스러웠어도 가기 전에는 참 설레었다. 어린 아기의 육아는 집을 나서면 더 힘들어지지만 아기와 집에만 있던 때는 어디든 떠나고 싶은 욕망이 컸다. 이제 좀 커서 다닐 만하고 팬데믹도 지나갔는데 작년에 시아버님이 돌아가셨다. 치매가 있으신 어머님 곁에 항상 계셨던 아버님의 자리는 너무나도 컸다. 모든 게 예전 같지 않다. 그래서 그런 건지 10년 차가 되어서 그런 건지 설렘은 없어졌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 타기 전 여유롭게 식사를 하고 맛있는 것을 사 먹는 것이 쏠쏠한 즐거움이었는데 비행기 10시간 탈 것 생각하면 금방 즐거운 마음도 사라진다. 나는 다시 여행의 설렘을 되찾을 수 있을까?

노을이 너무 멋있는 켈로나의 여름


캐나다(켈로나)의 비가 거의 안 오는 건조한 여름, 화창한 날씨를 생각하며 다시금 떠나는 마음으로 재정비해본다. 아버님은 안 계셔도 사셨던 공간으로 가면 그 추억으로 가득하니 즐거운 마음으로 가야겠다. 어머님의 상태도 예민한 한국 며느리답게 잘 관찰해야지. 이번 겨울에 갔을 때는 돌아서면 잊어버리시니 운전이나 요리는 못하셔도 스케줄 메모를 보고 또 보시며 그럭저럭 잘 지내셨다. 혼자 계시면 안 되고 했던 이야기 계속하시는 거 들어드려야 했지만 밝고 건강해 보이셨다. 워낙 밝은 분이셔서 가능한 거 같다. 나 같이 예민한 사람은 금방 우울증 걸릴 텐데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보면 어머님은 참 대단한 분이시다. 아버님은 더더욱 대단한 분이셨다. 지병이 있으셔서 본인 몸도 힘드셨을 텐데 오히려 어머니 걱정을 하셨던 아버님. 아버님 없이 어머니와 있어보니 얼마나 힘드셨을지 이해가 갔다. 멀리 있다는 이유로, 바쁘다는 이유로 방학 때만 잠깐 얼굴 비치는 아들들과 며느리들. 한국 며느리이기에 죄송한 마음이 자꾸만 들었다. 그저 예전 두 분 다 계실 때가 그립다.


이제는 여행과 함께할 책을 골라서 그 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여행의 설렘을 되찾으려 한다. 작년 여름엔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이번 겨울엔 '사생활들'과 '순전한 기독교'로 정해서 비행기 안에서 읽기 시작해 여행 내내 읽었다. 신기하게 여행의 추억보다는 책의 내용이 먼저 머릿속에 떠오른다. 항상 같은 곳에 가도 책은 달라지기 때문이다. 독서는 여행 중의 또 다른 여행을 하게 해 준다. 언젠가 다른 곳에 여행을 가게 되더라도 새로 읽을 책 때문에 더 설레게 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낯선 곳에서 읽는 한국책은 한국에서 읽는 것보다 더 가슴 깊이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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