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베 라멘 맛집
이번 여행에서는 저녁 7시가 되면 셔터를 내린다.
남은 시간엔 라운지나 벙커 침대에 앉아 조용히 넷플릭스를 켠다. 요즘 인기인 [흑백 요리사]를 봐야한다.
하루 종일 밖에서 맛있는 음식으로 배를 채웠지만, 셰프들이 내놓는 창의적인 요리의 맛이 궁금하다.
두부로 만든 켄터키 치킨은 어떤 맛일까. 떡을 갈아 생크림을 섞고, 캐러멜라이징한 고추장 소스를 얹은 떡볶이는 과연 어떤 식감일까. 경연이 끝날수록 이런 요리들이 가진 미세한 맛의 차이를 더 경험해 보고 싶다.
그런 내 마음을 읽었을까. 무심코 '고베 맛집'을 검색하다가 못 봤던 라멘 집을 발견했다. 알고리즘의 기술은 어디까지 왔을까. 정말 신기하다.
느지막이 일어나 도미토리에서 꽁냥대는 러시아 커플을 뒤로한 채 길을 나선다. 5분도 채 걷지 않았는데, 저 멀리 라멘 식당이 보인다. 줄이 길어서 한눈에 들어온다. 오픈한 지 10분밖에 안 됐는데, 10분 늦은 대가는 30분의 기다림이다.
가게 내부는 블랙 톤으로 통일되어 있다. 타일, 테이블, 의자 모두 블랙이다. 덕분에 하얀 조리복을 입은 셰프들이 더 눈에 띈다. 흔히 볼 수 있는 까만 저고리가 아닌, 서양식 하얀 조리복을 입고 있다. "이랏샤이마세~ 도죠~" 하는 시끄러운 라멘 가게와는 달리, 절제되고 절도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라멘 국물은 뽀얗고, 크리미해보인다. 송리단길의 **'오레노 라멘'**이 떠오르는 비주얼이다. 하지만 이 집 라멘에는 길고 꼬불꼬불한 우엉 튀김이 토핑으로 올라간다.
차분한 인테리어와 셰프들의 조리복, 그리고 화려한 토핑을 보니 마치 '라멘 파인다이닝'에 온 느낌이다.
그래서 잠시 '백종원 & 안성재' 심사위원으로 빙의해 본다.
"전 라멘 먹을 때 항상 수프의 진함을 중요하게 보거덩요. (츄릅) 수프 맛이 기대한 대로 크리미하고 진하고 맛있습니다. 근데 이게 토핑 우엉에서 우러나온 건지, 우엉을 같이 넣고 수프를 만든 건지는 모르겠지만, 우엉의 살짝 달콤하면서도 쌉쌀한 뒷맛이 아주 여운이 남네요. 그냥 토리 파이탄 라멘이었다면 평범했겠지만, 이 우엉 튀김이 제게는 아주 킥입니다.축하드립니다. 생존입니다."
파인다이닝 셰프는 아니지만, 우엉 특유의 맛이 미세하지만 확실하게 입안에서 맴돈다. 덕분에 닭 냄새나 느끼함이 한결 덜하다. 맛있다. 좋다. 다만 토리 파이탄 라멘을 한국에서 먼저 맛보고 오길 추천한다. 그래야 맛의 차이를 더 극적으로 느낄 수 있을 테니까.
학동역 "코마츠 라멘"
언주역 "마이니치 라멘"
송파나루역 "오레노 라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