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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잇터 Oct 12. 2024

초밥은 씹고, 여행은 곱씹는다

교토&고베 여행 마무리

좋아하는 음식이 뭐예요? 라고 물어보면

망설임 없이 대답할 수 있는 음식은 역시 초밥.


일본에 와서 초밥을 안 먹고 간다면 최소 3개월은 후회할 게 분명하다.

교토의 유명 초밥집에서 예상치 못한 실망을 경험했기 때문에, 이번엔 안전한 선택을 하기로 한다.


프랜차이즈로 유명한 [스시로] 가격도 합리적이다.

여기는 거의 모든 게 무인 시스템이라 입장하자마자 조금 당황할 수 있다.

번호표를 뽑아 자기 자리를 직접 찾아가야 하고, 주문은 태블릿으로 해결한다.

(*한국어가 지원되니 오히려 좋다)

한국의 회전초밥집처럼 마음에 드는 접시를 그냥 집어 먹는 방식이 아니라,

주문한 초밥이 작은 기차를 타고 자리 앞에 도착한다.

초밥의 종류는 실로 가지각색이다.

싱싱한 해산물부터 평소에 보기 힘든 스시까지 선택지가 끝이 없다.

그래서 되게 바쁘다. 새로운 스시를 주문하고, 기차에서 도착한 초밥을 내리며, 열심히 씹어 먹어야 하니까. 퀄리티는 갓덴스시의 한 70% 정도? 하지만 평소에 보지 못했던 초밥도 많고, 가격은 거의 절반 수준이니 손해보는 식사는 아니다. 배부르게 먹고 나서 3만 원 조금 안 되게 나왔다.


그리고 고베 이온몰에서 먹은 마트 초밥.

요 놈 아주 요물이다. 굳이 비싼 초밥집에서 화려한 인증샷이 필요한 게 아니라면 마트를 가보자.

마감시간에 맞춰 가면 만원도 안 되는 돈으로 두툼한 네타가 올라간 초밥을 득템할 수 있다.

(*마감시간에 가는 건 도박이다. 좋은 구성의 초밥은 이미 나갔을 수도 있다.)


입 안을 꽉 채운, 기름지고 불그스름한 참치의 두께는 마치 입술이 맞닿는 순간처럼 깊은 여운을 남긴다. 물론 오랫동안 냉장고에 있어서 샤리가 살짝 굳었지만, 그 정도는 너그럽게 넘어갈 수 있다.

아낀 돈으로는 다양한 ‘스끼다시’도 구매할 수 있다.

돈까스, 가라아게, 장어 구이, 야키소바 등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이 가득하다. 저렴한 가격에 좋은 품질까지.

그리고 굳이 숙소로 돌아갈 필요도 없다. 푸드코트에서 자리를 잡고 그대로 먹어도 된다.

맛집이든, 프랜차이즈든, 마트 초밥이든, 중요한 건 초밥이 내 입에 남기는 여운이다.

비싼 값어치를 하지 않는다고 실망할 필요도 없고, 저렴하다고 해서 무시할 필요도 없다.

입안 가득 느껴지는 네타의 부드러움, 기차를 타고 도착하는 신선한 초밥 한 점 그리고 기대감,

그 순간을 즐기며 먹는 게 중요하다. 결국, 초밥은 일본을 여행하는 나의 기억 속에서 하나의 경험으로 자리 잡는다. 초밥 맛집에서 느낀 실망도, 고베 이온몰에서 캐낸 작은 기쁨 모두 여행을 채워주는 소중한 경험이다.

음식은 가격과 상관없이, 그 순간의 감정과 기억을 담아내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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