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베 돈까스 맛집 <타로>
이번 교토&고베 여행에서 가장 맛있었던 음식을 소개합니다. 돈까스? 아니고 돈카츠!
일본이라면 다 아는 앞자리 아트 디렉터님이 추천해준 맛집입니다. 고베 미시노마츠 역에 도착하자마자 짐은 호스텔 2층에 놔두고 구글맵스를 따라갑니다. 정말 일본을 꿰뚫고 있는 걸까요? 내 숙소는 어딘지도 몰랐을 텐데 걸어서 3분 거리라니, 놀랍습니다.
외관은 생각보다 작고 허름합니다. 빨간색 어닝(?)이 눈에 확 들어와 찾기 쉬워요. 문을 열자마자 눈이 반짝입니다. 제가 생각한 일본의 가장 이상적인 식당 모습 그대로입니다. 회색 까까머리와 흰색 조리복을 입고 주방에서 돈카츠를 튀기고 있는 남자 사장님, 그리고 다찌석 위에 놓여지는 돈카츠를 서빙하는 여자 종업원.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공간이지만, 조리대와 기구들은 깔끔하게 유지된 완벽한 식당입니다.
처음 간 식당에서 메뉴판을 볼 필요는 없죠. 가장 시그니처 메뉴인 돈카츠를 주문합니다. 가게가 문을 연 지 30분도 안 됐는데 벌써 자리가 꽉 찼습니다. 게다가 전부 현지인들입니다. 그들 틈에 끼어 돈카츠를 기다립니다. 옆에 앉은 아저씨 세 분은 사장님과 계속 이야기를 나눕니다. 서로 꽤 친해 보이네요. 데시벨이 꽤 높지만, 제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라 불편하지 않습니다.
10분 정도 기다렸을까요, 다찌석 위로 돈카츠가 놓입니다. 생긴 건 아주 평범해 보입니다. 튀김옷은 꽃을 피우지 않은 채 고기에 착하고 달라붙어 있습니다. 첫 입은 소스 없이...! 그래야 제 맛을 느낄 테니까요. 조심스럽게 한 조각을 집어 1/3쯤 베어 물자마자 확장되는 동공. 진짜 맛있습니다. 왜 맛있지? 별거 없어 보이는데 희한하게 맛있습니다. 미간에 생기는 3-4줄의 주름이 진실을 말합니다. '이곳은 찐이다.'
직접 블렌딩한 우스터 소스와 참깨 소스를 찍어 하얀 쌀밥과 함께 먹습니다. 큰일입니다.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습니다. 돈카츠에 대한 제 입맛이 초상향화되고 있습니다. 이제 아무데서나 돈카츠를 맛있게 먹을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저녁에 돈까스 먹자는 동료의 제안에 내적 갈등이 생기는 제가 보입니다. 어쩌겠나요. 이제와서 안 먹을 수도 없고... 이제 돌이킬 수 없습니다.
아주 맛있는, 정말 너무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면 허겁지겁 먹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저는 아주 천천히, 최대한 느리게 먹습니다. 이곳 또한 그런 곳입니다. 한 조각 한 조각, 한 입 한 입 소중히 베어 물고 입 안에서 굴려봅니다. 20분이 지나서야 식사를 마쳤지만, 나서면서도, 돌아서면서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래서 다시 갔습니다. 고베 여행이 끝나고 공항으로 가기 전, 제 여행의 마무리를 찍어줄 음식으로 이 집을 방문합니다. 이번에도 똑같이 20분을 금이야 옥이야 돈카츠를 먹습니다. 계산을 마치고 이 집을 나섭니다. 문을 열기 전 용기를 내어 주방을 돌아봅니다. 그리고 웃으며 따봉을 날려줍니다. 사장님도 웃으며 따봉을 날려주십니다. 쉽게 잊히지 않을 인생 돈카츠였습니다.
고베에 가신다면 <타로>에서 돈카츠를 드셔보세요. 후회는 없을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