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화- 내 아이의 자존감 높이기
오랜만에 글을 쓰게 되었다. 3월 개강 시즌에 맞춰 강의안을 준비하기도 하고 프로그램 작성에 밀린 서류 작업을 하느라 집중해서 글을 쓸 시간이 부족했었던 것 같다. 특히 자존감에 관한 책을 읽고 인문학적 소양을 더 길러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던 것 같다. 주변 지인들을 만나 이야기 꽃을 피우고, 또 트레이닝을 받고자 시간을 내 집단상담 참여자가 되어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도 가졌다. 한껏 나를 비워냈더니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잘 들리고 넉넉해진 나를 볼 수 있었다. 지인 중 한 명의 육아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그것에 관해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오늘은 "내 아이의 자존감 높이기"라는 주제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며칠 전 지인과 함께 한 자리에서 육아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가 아이의 자존감에 관해 언급했던 적이 있었다. 돌이켜보니 필자의 자존감에 관한 글에는 성인을 대상으로 그리고 성찰을 주제로 하는 글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아이들의 자존감을 키워주는 부모교육에 대한 글은 없었던 것 같다. 아이들에게 주체성을 길러주고, 자기를 사랑하고 자기를 이해해야 한다는 자기 성찰적 주제는 맞지 않다. 아이는 아이의 시각에서 부단히 사회성을 기르고 있을 것이다. 또 감정에 대해 열심히 배우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주체성보다는 감정에 초점을 맞추고 아이의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을 활용하여 교육하고 성장시켜야 한다. 기본적으로 자존감을 잃어버렸다는 표현은 맞는 표현이 아니다. 즉 자존감은 낮아지고 높아지는 것으로 이야기할 수 있으며, 아이의 자존감 향상을 위해 적어도 자존감을 낮추는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먼저 자존감을 낮추는 부모의 행동에 대해 살펴보려고 한다.
첫 번째 아이의 자존감을 낮추는 부모의 습관 중에 하나가 손지검이다.
잘못을 했을 때 훈육의 방식으로 손으로 아이를 때리는 것을 말한다. 마트에 가거나 백화점 등을 돌아다니다 보면 아이가 장난감을 사달라고 떼를 쓸 때, 종종 등짝을 때리거나 엉덩이를 손으로 때리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는 아이의 자존감을 낮춘다. 훈육의 방식은 잘못을 이해하는 방식으로 작용해야 하기 때문에 가벼운 매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매를 활용하여 아이를 훈육하면 아이가 무엇을 잘못했다고 이해하지만 손으로 아이를 훈육하면 때린 사람(엄마, 아빠 등)이 자신을 싫어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아이의 자존감은 낮아지고 눈치 보고 주눅 들어 있는 아이로 크게 될 수 있다.
두 번째는 아이에게 무안을 주는 것이다.
아이가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고자 신나게 양육자에게 이야기를 할 것이다. 그런데 양육자의 심리상태가 복잡하거나 아이에게 집중할 에너지가 없다면 아이의 말이 시끄럽게 느껴지고 귀찮게 느껴진다. 그럴 때 아이의 언어보다는 결과에 집중하게 되고 시끄럽다고 나무라거나 나중에 얘기하라고 무안을 주기도 한다. 큰소리로 이야기하여 아이가 자신이 한 이야기는 잘못된 것이구나 라고 느끼면 자존감이 낮아진다. 그리고 위축되며 소심하게 행동할 수 있다.
세 번째로는 아이가 하는 놀이, 과제, 체험 등에서 어른의 시각으로 지적할 때 자존감이 낮아진다. 즉 아이가 창의력을 동원하여 놀이를 하고 있는데 "그건 그렇게 잡는 게 아니야", "그 색깔은 거기에 맞지 않아" 등의 말로 나무라며, 아이의 놀이에 어른의 시각을 넣는 것이다. 장난감 칼은 칼로써, 인형은 인형으로써 존재하는 어른의 현실세계가 아이들의 상상력과 무수히 많은 판타지를 망쳐 놓는다. 그렇게 양육자의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지적과 개입이 아이의 성취를 망치고, 더 나아가면 아무것도 못하는 아이로 만들어 버린다. 이는 아이의 자존감을 아주 많이 낮춘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의 자존감이 높아지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낮추는 행동은 하면 안 될 것이다.
이외에도 아이의 자존감을 망치는 수많은 경우가 존재하지만 대표적인 몇몇의 사례만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아이의 자존감은 어떻게 높여줄 수 있을까?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첫 번째는 바로 지지이다. 즉 어떤 일을 할 때 숙제, 시험, 아이가 어렵다고 느끼는 모든 과제를 완수했을 때 혹은 하고 있을 때 지지해주는 것이다. 아이들은 자기 시선에서 이것을 잘했는지 옳은 일인지 틀린 행동인지 등을 쉽게 판단할 수 없다. 그렇기에 양육자의 독려와 응원, 지지가 필요한 것이다. 지지만으로도 아이는 충분히 자신감을 가질 것이고 양육자가 자신을 믿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 시너지 효과가 성취의 경험을 만들고 아이의 자존감을 높일 것이다.
얼마 전 청소년 집단상담을 나갔을 때의 일이다. 한 아이의 자기 서사에서 중학교 입학 후 자존감이 낮아졌다고 했다. 초등학교 때는 발표도 잘하고 남 앞에서 이야기도 잘했던 아이였다고 한다. 그런데 중학교에 들어오니 자신감도 떨어지고 발표도 못하고 목소리도 작아졌다는 것이다. 나는 이야기를 듣고 집단상담 역동을 살려 아이의 모든 활동을 지지해주었다. 그렇게 회기마다 아이가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고 그 작은 변화가 앞으로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그러면서 실제로 집단상담 회기가 종료되며 소감을 나눌 때 그 아이가 "선생님 덕분에 제가 자신감을 좀 찾은 거 같아요. 부끄럽지 않아요"라는 감사인사를 받을 수 있었다. 단순히 하고 있는 것을 지지해주는 것만으로 충분히 자신감이 생기며 그 자신감이 자존감을 높여주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다음으로는 칭찬과 경청의 콜라보이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겠지만 칭찬은 결과를 칭찬하지 않는다. 아이가 하고 있는 많은 일들의 과정을 칭찬해준다. 어린이집, 학교 등에서 무언가를 배우고 자랑하고 싶어 하는 아이가 제일 듣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잘했다는 말과 함께 그 과정을 설명해달라는 말을 해보라. 아이가 눈을 반짝이며 설명해줄 것이다. 그 과정을 설명할 때 건성으로 듣지 말고 아이컨텍과 고개 끄덕임으로 아이의 말을 경청해주는 것이다. 이렇게 과정을 칭찬하며 들어주는 것만으로 아이의 자존감이 쑤욱하고 높아질 것이다. 그러면서 그 과정을 설명하는 아이의 언어와 어휘는 폭발적으로 발전하는 시너지 효과도 볼 수 있다. 매사 자신감에 가득 차 있으며 조리 있게 말을 잘하게 되는 습관도 키울 수 있게 된다.
다음으로는 제일 중요한 포인트인 안아주기이다. 아이가 정말로 사랑받는다 느끼고 정서적 안정감을 느끼는 스킨십은 안아주기이다. 등도 토닥여주고 수고했어, 잘 다녀와 등의 한마디, 그리고 가벼운 포옹은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준다.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내가 아이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면 부모님과의 관계는 상상 그 이상이다. 당연히 포옹은 없고 질책만 있고 잘못하고 있는 것들만 산더미처럼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부모교육을 통해 질문을 받으면 자신은 아이에게 다 해주고 있다고 말한다. 물론 잘해주고 잘 키웠기에 문제없이 쑥쑥 성장하는 것이다. 그래도 한 번만 진심으로 고생했다 안아주고 이야기해주고 아이들 시선으로 한두 번만 공감해주길 바란다.
이처럼 우리가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주기도 낮추기도 한다. 어느 순간에는 낮아진 자존감에 힘들어하는 아이들도 있고, 너무 높아진 자존감이 자만심으로 변화되기도 하지만 그렇게 아이들은 자신을 조절하며 멋지게 성장할 것이다. 겨울을 이겨내고 한 껏 초록색으로 싹을 틔운 나무처럼 아이들의 자존감도 이제 막 싹을 틔웠으니 무럭무럭 자라게 도와주는 글이 되었으면 한다.
이 글 읽고 내 아이 한번 포근히 안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