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번역가, 나를 되찾는 여정 5

강아지는 고양이와 산다

by 강아지 번역가


나는 고양이와 함께 산다. 오늘도 고양이는 소파에 파묻혀 TV를 틀고 숏츠를 켠다. TV와 숏츠 소리가 한데 뒤엉켜 뭐가 뭔지 모르겠는 소음 속에서 나는 고양이의 침묵에 가만히 귀를 기울인다.


그렇다, 나는 고양이를 사랑한다. 고양이의 그 조용한 침묵을 사랑한다. 나는 고양이를 사랑하는 강아지다.


나는 고양이가 부러웠다. 고양이는 어딜 가나 당당하고 솔직하고 거침없었다. 남한테 싫은 소리를 해도 자기 목소리를 가감 없이 드러내도 사랑받았다. 나도 그런 고양이를 사랑했다.


고양이는 좋겠다, 내 사랑을 듬뿍 받잖아. 나도 사랑받고 싶었다. 그리고 내 안에 이런 속삭임이 들려왔다. 혹시 나도 고양이처럼 하면 사랑받을 수 있지 않을까?


좋아, 이제 나도 새침하게 굴 거야. 마음을 숨기고 쿨해질 거야. 이제 꼬리 그만 흔들어야지. 이제 그만 낑낑거리고 당당해질 거야. 고양이처럼 꼬리도 바짝 세우고 그르렁그르렁 울어봐야지. 하지만 그게 그리도 어려웠다. 나는 왜 잘 안되지.


그럴수록 고양이와 나의 다름이 버겁게 느껴졌다. 마치 맞지 않는 신발을 신은 듯했다. 고양이는 왜 저러는 거지? 왜 저렇게 TV고 숏츠고 못 틀어놔 안달인 거야 나랑 나가 놀자. 고양이와 나는 왜 이렇게 시시콜콜한 것까지 다를까.


식성도 다르고 사고방식도 다르고 취미도 다르고. 이토록 나와 다른 고양이를 왜 사랑하게 된 거지? 나는 나와 다른 고양이가 혼란스러웠다. 그렇게 다른 고양이를 사랑하게 된 내가 낯설었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나는 속으로 끙끙 앓았다. 나는 고양이를 따라해 보려고 부단히 애를 썼다. 고양이를 이해해 보려고, 고양이를 사랑하는 나를 이해해 보려고 노력했다. 그러다가 문득, 내가 누구인지 알게 되었다. 고양이를 들여다보다가 내가 강아지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강아지는 한없이 사랑받고 싶어 하고, 사랑을 나누고 싶어 하고 아낌없이 제 꼬리를 흔든다. 강아지는 고양이보다 어리광부리기를 좋아하고 감성적이다. 그런 강아지가 고양이와 다르다고, 고양이가 되려 하다니. 내가 그러고 있었다. 내 감정을 억누르고 맞추려 하고 내가 아닌 다른 나로 사랑받으려 했다.

내가 강아지라는 사실을 알고 나니 고양이와의 사이에서도 애쓰려 들지 않았다. 그냥 나는 있는 그대로 너를 솔직하게 사랑하고 아낌없이 나눠주고 꼬리를 흔들래. 그게 나니까.


나답게 고양이를 이해하고 나답게 고양이를 사랑하기로 했다. 그러니 고양이야 너도 고양이로 살아가도 돼. 그때부터 고양이의 TV 소리, 숏츠 소리가 사랑스럽게 들렸다. 강아지는 슬며시 고양이 등 짝에 얼굴을 파묻었다. 따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