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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 허벅지 통증 걸을 때 옆쪽까지 아픈 분들 주목!

<운동 포기>한 환자가 다시 달릴 수 있던 이유

by 콕 선생님

건강을 위해 시작한 운동이 오히려 독이 될 줄은 몰랐죠.

러닝하다 다쳤나보다 생각하고, 쉬면 낫겠지 했는데...


한 달, 두 달... 통증은 점점 심해지고.

이런 분들, 생각보다 정말 많습니다.



그리고 저도 10년 넘게 이 일을 해오며

그런 분들을 많이 만나 봤죠.


안녕하세요.


허벅지 옆 통증으로 여러 병원을 전전하시다가

뒤늦게 '진짜 원인'을 발견하시는 분들을 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콕통증의학과 통증 전문의 한예름입니다.



그림4.png



오늘은 최근 제가 진료했던 환자분의 이야기를 해드리려고 해요.


건강해지려고 시작한 러닝이 어떻게 통증의 시작이 됐는지,

그리고 그 통증의 진짜 원인이 뭐였는지... 말이죠.


러닝 시작하고 나서 아프기 시작했어요


40대 중반 남성 환자분이셨습니다.

직장인이시고, 전형적인 사무직이셨어요.


하루 종일 앉아서 일하다 보니 체중도 늘고 체력도 떨어지는 것 같아서...

건강을 위해 러닝을 시작하셨대요.


처음엔 괜찮았습니다.


일주일에 3-4번, 출근 전 아침에 30분씩 가볍게 뛰셨다고 해요.

그런데 한 달쯤 지났을 때부터 허벅지가 아프기 시작했대요.


처음엔 근육통인가 싶어서 파스 붙이고, 마사지 받고... 그랬는데

통증이 점점 심해지더래요.


특히 걸을때허벅지통증이 너무 심해서

회의에도 제대로 참석하기 힘들 정도였다고 하셨어요.


환자분은 이미 여러 병원을 다녀오신 상태였습니다.


정형외과도 가보고, 주사도 몇 번 맞아보고...

심지어 혈관외과까지 가셨대요 ;;


혹시 다리 혈관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싶어서요.

그런데 어디를 가도 딱히 원인을 찾지 못하셨다고 해요.


"그냥 근육 문제 같은데요?"

"일단 주사 맞고 물리치료 받아보세요"


이런 식이었대요.

치료는 받는데 나아지질 않으니까... 환자분이 얼마나 답답하셨겠어요.


진료실에서 환자분을 처음 봤을 때,

앉는 자세부터 심상치 않더라고요.


의자에 앉으려고 하시는데 제대로 앉지를 못하시는 거예요.

고관절까지 아파서요.




그림5.jpg [제대로 앉지도 못하는 환자분들도 많이 오십니다. 이런 환자들께서 다시 웃으며 걸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래서 말씀드렸습니다.

단순히 허벅지 문제가 아닐 것 같다고.


환자분이 약간 의아해하시더라고요 ㅎㅎ

허벅지가 이렇게 아픈데 허벅지가 원인이 아니라니?


하지만 저는 오히려 확신이 들었어요.


✔️ 허벅지 옆 통증

✔️ 고관절 통증

✔️ 앉을 때 더 심한 통증

✔️ 걸을 때도 아픔


이런 증상들은 전형적인 '연관통'입니다.

실제 문제는 다른 곳에 있는데, 통증은 엉뚱한 곳에서 느껴지는 거죠.







정확한 진단을 위해 당일에 X-ray와 MRI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결과를 보고 환자분도, 저도 약간 놀랐어요.



그림6.png



1️⃣ 퇴행성 디스크 (10년 이상 된)

2️⃣ 요추부 4-5번 척추관협착증

3️⃣ 고관절 충돌증후군 (양측)


허벅지 옆 통증의 원인이... 허벅지가 아니라 허리와 고관절이었던 거예요.


환자분이 깜짝 놀라시면서 물어보셨습니다.


"허리는 안 아픈데요?"


네, 그럴 수 있습니다.

허리 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이 있어도


정작 허리는 안 아프고 다리만 아픈 경우가 의외로 많거든요.


신경이 눌리는 위치에 따라 통증이 느껴지는 부위가 달라지는 거죠.


러닝 허벅지 통증, 운동 때문이 아니었어요


환자분은 러닝 때문에 다친 줄 알았습니다.

러닝 허벅지 통증이니까 당연히 그게 원인이라고 생각하신 거죠.


하지만 사실은 이미 10년 이상 퇴행성 변화가 진행되고 있었던 겁니다.


그냥 조용히 진행되다가,

러닝으로 허리와 고관절에 부하가 가해지면서

증상이 터진 거예요.


오히려 러닝이 문제를 '발견'하게 해준 셈이죠.


만약 계속 방치했다면?

더 악화됐을 겁니다.


환자분의 고관절 상태가 얼마나 안 좋았냐면요.


고관절 외회전 각도가 20도밖에 안 됐어요.

정상은 45도 정도인데 말이죠.


이게 어느 정도냐면, 오십견 환자 수준입니다 ㅠㅠ


고관절이 이렇게 굳어있으니까

걸을때허벅지통증이 심할 수밖에 없었던 거죠.



그림7.jpg 출처: Mayo Clinic


게다가 허리에서 오는 신경통까지 겹쳐서

앉지도, 걷지도 못할 정도가 된 겁니다.


다행히 수술이 필요한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10년 이상 된 퇴행성 변화였기 때문에,

단기간에 좋아지긴 어려웠어요.


환자분께 솔직하게 말씀드렸습니다.

3개월 정도는 걸릴 것 같다고.


짧은 시간은 아니지만, 수술 없이 좋아질 수 있다고요.

치료 계획은 이렇게 세웠습니다.


✅ 허리 시술 치료 → 신경 눌림 해소, 염증 제거

✅ 고관절 주사 치료 → 충돌증후군 개선

✅ 체외충격파 치료 → 고관절 각도 회복


허리와 고관절, 두 곳을 동시에 치료해야 했어요.

어느 한 곳만 좋아지면 안 되거든요.


둘 다 좋아져야 앉을 수 있고, 걸을 수 있는 거니까요.


퇴행성 질환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환자분이 3개월 동안 열심히 치료받으셨습니다.

처음 한 달은 솔직히 좀 힘드셨을 거예요.


급격히 좋아지는 느낌보다는

천천히 조금씩 나아지는 느낌이거든요.


하지만 2개월차부터는 확실히 차이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앉을 수 있게 되고,

걷는 게 한결 편해지고,

고관절 각도도 점점 회복되고...



그림8.png


3개월 후에는 업무 복귀도 문제없이 하셨어요.

러닝도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ㅎㅎ

(물론 당분간은 무리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습니다)


환자분 케이스를 보면서 느낀 건데요.

이게 전형적인 사무직 질병이더라고요.


하루 종일 앉아서 일하면

→ 허리에 부담이 누적됩니다

→ 고관절이 굳어집니다

→ 퇴행성 변화가 진행됩니다


그런데 이게 조용히 진행되다 보니

본인은 모르는 거예요.


허리도 안 아프고, 고관절도 특별히 불편함을 못 느끼니까요.

그러다가 러닝처럼 갑자기 운동을 시작하면?

증상이 터지는 겁니다.


퇴행성 변화는 누구에게나 옵니다.


특히 55세-75세 사이에

퇴행성 변화로 인한 기능 저하가 본격적으로 나타나요.


그래서 50대 이후에는

갑자기 운동 강도를 높이기보다는

먼저 내 몸 상태를 체크해보는 게 좋습니다.


허리는 괜찮은지,

고관절은 괜찮은지,


미리 확인하고 운동을 시작하는 게 안전해요.


또, 걸을때허벅지통증이 있다면,

먼저 정확한 감별진단을 받아야 합니다.


✅ 허벅지 근육 문제인가?

✅ 허리 신경 문제인가?

✅ 고관절 문제인가?

✅ 혈관 문제인가?


이걸 제대로 구분할 수 있는 곳에서 진료를 받으셔야 해요.


단순히 MRI 하나 찍고 끝나는 게 아니라,

증상을 종합적으로 보고

여러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는 곳이요.



그림9.png


건강해지려고 시작한 러닝이 오히려

통증을 불러올 줄은 아무도 몰랐을 거예요.


하지만 이건 러닝 자체가 나쁜 게 아니라,

이미 진행되고 있던 퇴행성 변화를 몰랐던 게 문제였던 거죠.


이런 증상들이 나타났을 때

단순히 운동 때문이라고, 근육통이라고 넘기지 마세요.


정확한 원인을 찾아서 치료받으면

환자분처럼 3개월 안에 충분히 좋아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건강하게 운동할 수 있어요.


통증 때문에 운동을 포기하지 마시고,

정확한 진단부터 받아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한예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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