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골든타임>은 흐르고 있습니다
"선생님, 저 이거 백신 맞고 나서 생긴 거 같은데요."
진료실에서 정말 자주 듣는 말입니다.
손떨림으로 오시는 분들 중 상당수가 백신 후유증이라고 생각하시거나,
아니면 그냥 나이 들어서 그런가 보다 하고 넘기시죠.
그런데 문제는, 정작 그 손떨림이 왜 생긴 건지
제대로 확인해본 적이 없다는 겁니다.
안녕하세요.
매일 진료실에서 '갑자기 손 떨림 원인'을 찾지 못해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 지쳐서 오시는 분들을 만나고 있어요.
이분들에게 더 늦지 않게
진짜 정답을 알려드리고 싶은,
콕통증의학과 신경과 전문의 조성호입니다.
오늘은 제가 최근에 경험했던,
그리고 여러분께 꼭 전하고 싶었던
한 환자분의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백신 후유증인 줄 알았던 손떨림의 진짜 정체
60대 초반 여성 환자분이었어요.
오랫동안 식당일을 하시던 분이라 손을 많이 쓰는 직업이셨죠.
백신을 맞고 나서부터 왼손이 떨리기 시작했답니다.
"백신 맞고 나서 그런 거 같아서요…
시간 지나면 좋아지겠지 했어요."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넘기셨대요.
주변에서도 백신 부작용일 거라고들 했고요.
그런데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증상이 악화됐다는 거예요.
왼손만 떨리던 게 양손으로 번졌고요.
나중엔 다리까지 힘이 없어져서 걷기도 힘들어지셨어요.
이 환자분, 사실 처음 저희 병원에 오신 건 손떨림 때문이 아니었어요.
허리가 너무 아프고 다리가 저려서 오셨던 거죠.
그래서 통증의학과에서 먼저 치료를 시작했고,
다행히 허리 통증은 많이 좋아지셨어요.
그런데 제가 그 모습을 보면서 '어? 이건 좀...' 싶은 게 있었어요.
걸음걸이가 평범하지 않았거든요.
그리고 진료 중에 자연스럽게 손을 관찰하게 됐는데,
가만히 있을 때 손이 규칙적으로 떨리는 게 보이더라고요.
"혹시 손떨림은 언제부터셨어요?"
"아... 그거요? 한 3년 됐어요. 백신 맞고 나서요."
그 순간 머릿속에서 여러 가능성들이 스쳐 지나갔어요.
✅ 안정 시 떨림 (쉬고 있을 때 떨림)
✅ 점진적으로 악화되는 양상
✅ 보행 장애 동반
✅ 약물 치료에 반응 없음
이건 단순한 본태성 떨림이나 백신 후유증이 아니었어요.
손떨림 병원 여러 곳을 다녀도 못 찾은 이유
환자분께서 말씀하시길, 이미 다른 병원 두 곳에서
뇌 MRI, MRA 검사까지 다 했대요.
그런데 결과는 "별 이상 없다"였고,
손떨림 약을 처방받았지만 효과가 거의 없었다고 하셨죠.
이게 참 안타까운 부분이에요.
MRI에서 이상이 안 나온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건 아니거든요.
특히 파킨슨병 초기에는 MRI상 뚜렷한 변화가 잘 안 보입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검사에서 이상 없대요"라는
말만 듣고 그냥 살게 되는 거예요.
근데 이 환자분 케이스를 보면서 느낀 게 있어요.
갑자기 손 떨림 원인을 찾는 건
단순히 영상 검사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거예요.
1️⃣ 언제부터 떨렸는지
2️⃣ 어떤 상황에서 더 심한지
3️⃣ 다른 증상은 없는지
4️⃣ 약물 반응은 어땠는지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봐야 하는데,
바쁜 외래에서 이걸 다 캐치하기가 쉽지 않죠 ㅠㅠ
저희 병원은 응급실이 없어요.
대신 외래 진료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고,
그래서 환자분 한 분 한 분의 증상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여유가 있어요.
이 환자분도 허리 치료 차 여러 번 내원하시면서
자연스럽게 전체적인 상태를 관찰할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파킨슨병을 의심하게 된 거죠.
손떨림치료, 정확한 진단이 먼저입니다
"환자분, 한 번 정밀 검사를 해보시는 게 좋겠어요.
파킨슨병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솔직히 이 말씀을 드릴 때 조심스러웠어요.
파킨슨병이라는 진단이 환자분께 어떤 의미일지 알기 때문이죠.
환자분도 처음엔 많이 놀라셨어요. "제가요? 파킨슨병이요?"
다시 뇌 MRI를 찍었고, 신경학적 검진을 더 자세히 진행했어요.
그리고 결과적으로 파킨슨병 진단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환자분은 오히려 안도하시더라고요.
"그래도 이제 뭐가 문젠지 알았으니까요. 계속 모르고 사는 게 더 답답했어요."
이게 바로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예요.
손떨림으로 고생하시는 분들 중에 진짜 원인을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너무 많거든요.
"나이 들면 다 그런 거 아냐?"
"그냥 피곤해서 그런가 봐."
"백신 부작용이겠지 뭐."
이렇게 넘기다가 병이 진행되는 경우를 정말 많이 봐요.
기억하셔야 할 점은,
파킨슨병은 '완치'되는 병은 아니에요.
하지만 일찍 발견하고 적절히 관리하면
일상생활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는 질환입니다.
이 환자분도 현재 파킨슨병 약물치료를 시작하신 지 몇 개월 됐는데요.
✔️ 손떨림이 확실히 줄었어요
✔️ 걷는 게 훨씬 편해졌어요
✔️ 밥 먹을 때 손 떨려서 불편했던 게 많이 나아졌어요
✔️ 주변에서도 좋아졌다고 이야기해요
환자분이 최근 진료 오셔서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아요.
"선생님, 저 요즘 밥 먹을 때 편해졌어요.
예전엔 국물 떠먹는 것도 조심스러웠는데..."
이런 말 들을 때 정말 의사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이 환자분은 단순히 신경과 진료만 받는 게 아니라,
원래 오셨던 허리 통증 관리도 병행하고 있어요.
파킨슨병 환자분들은 근골격계 통증도 함께 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저희 통증의학과와 협진하면서
통합적으로 관리해드리고 있습니다.
이런 증상 있다면 꼭 확인하세요
제가 진료실에서 만나는 손떨림 환자분들 중
많은 분들이 초기 신호를 놓치고 오세요.
혹시 이런 증상이 있으신가요?
1️⃣ 가만히 있을 때 손이 떨린다
많은 분들이 손을 사용할 때 떨린다고 생각하시는데요.
파킨슨병의 특징은 '안정 시 떨림'이에요.
오히려 뭔가를 집거나 할 때는 떨림이 덜하고,
편하게 앉아 있거나 TV 볼 때 손이 떨린다면 의심해봐야 해요.
2️⃣ 걸음걸이가 달라졌다
걸을 때 팔을 덜 흔들게 되거나, 발을 끌듯이 걷거나,
몸이 앞으로 쏠리는 느낌이 든다면 주의가 필요해요.
보호자분들이 먼저 알아채는 경우도 많아요.
3️⃣ 글씨가 작아졌다
파킨슨병의 초기 증상 중 하나가 '소자증'이에요.
글씨를 쓰면 점점 작아지는 거죠.
본인은 잘 모르는데 주변에서 "글씨가 왜 이렇게 작아졌어?"라는
말을 들으신다면 체크해보세요.
4️⃣ 표정이 굳어 보인다
무표정해 보인다거나, 눈 깜빡임이 줄었다거나
하는 변화도 신호가 될 수 있어요.
5️⃣ 약물 효과가 없다
다른 병원에서 손떨림약을 처방받았는데 전혀 효과가 없다면?
단순한 본태성 떨림이 아닐 가능성이 있습니다.
손떨림 병원, 어디로 가야 할까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손떨림으로
어느 병원을 가야 할지 막막하실 거예요.
정형외과? 내과? 신경과?
갑자기 손 떨림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려면 신경과 진료가 필요해요.
하지만 신경과라고 다 같은 건 아니에요.
파킨슨병이나 운동장애 질환에 대한 경험이 있는 의료진을 만나는 게 중요하죠.
그리고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응급실 중심의 대형병원보다는
외래 진료에 집중할 수 있는 곳이 초기 진단에는 더 유리할 수 있어요.
왜냐하면 파킨슨병 같은 경우는 한 번의 진료로 딱 확정하기보다는,
여러 번에 걸쳐 증상 변화를 관찰하고 약물 반응을 보면서
진단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저희 콕병원처럼 응급실 없이 외래 중심으로 운영되는 곳은,
환자분 한 분 한 분을 좀 더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이 환자분도 허리 치료 차 여러 번 오시는 과정에서
전체적인 건강 상태를 파악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정확한 진단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거니까요.
마지막으로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요.
손떨림, 특히 파킨슨병으로 인한 떨림은 하루아침에 나아지는 게 아니에요.
하지만 포기할 필요도 전혀 없어요.
이 환자분처럼 제때 진단받고,
꾸준히 관리하면 충분히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거든요.
"선생님 덕분에 요즘 밥 먹는 게 편해졌어요."
이 한마디가 얼마나 큰 의미인지, 의사로서 정말 잘 알아요.
혹시 지금 손떨림으로 고민하고 계신가요?
여러 병원을 다녀도 원인을 못 찾으셨나요?
그냥 나이 탓이라고, 백신 부작용이라고 생각하고 계신가요?
한 번만 더 확인해보세요.
늦기 전에요.
제 진료실 문은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손떨림으로 불편함을 겪고 계신 모든 분들이,
다시 편하게 밥 한 끼 드실 수 있는 그날까지 함께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조성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