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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우 Jan 08. 2022

#15. 조직개편에 대한 생각

올해의 조직개편의 규모는 생각보다 컸다.

새해마다 약간씩 조직개편이 있어왔지만 올해만큼 크게 바뀐 경우가 있었을까 싶을 만큼 많은 것이 바뀌었다. 사람은 물론이고 조직이 바뀌었고 가장 크게는 사업장 하나가 통째로 정리되었다. 대부분 사람들이 인근의 다른 계열사 사업장으로 전출되었고 몇몇은 우리 회사의 다른 사업장으로 근무지를 이동했으며 아주 소수의 인원은 퇴사를 했다. 조직이 개편되고 일주일이 지났고 아직은 진행중이다. 본사 안에서도 조직의 통폐합되고 리더가 바뀌는 등의 큰 변화가 있었다.


일련의 과정에 깊숙히 관여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비교적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는 있었다. 그리고 느꼈던 점 몇가지를 적어보고자 한다.


1. 매우 소수의 인원이 다수의 거취를 결정한다.

조직개편의 과정은 처음엔 아무도 모르게 진행된다. 의사결정권자 몇명이 모여 진행되고 개편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몇몇 부서의 팀장에게는 슬쩍 조직이 개편될 것이라는 단서를 흘리면서 조금씩 변화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나는 그 분위기가 형성될 즈음 팀 주간회의 때 팀장님께 직접 들었다.

사실 이 조직개편 과정이 인사팀 전체 구성원의 합작품으로 오해하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 전체적인 틀을 짜는 것은 그 회사의 최고 의사결정권자 몇명이고 그 틀 안에서 몇몇은 면담을 통해 의견을 청취하며 세세한 틀을 다져나간다. 인사팀의 전 구성원에게 공유될 즈음이라는 것은 거의 90% 이상이 확정된 상태라는 것이고 나머지 10%의 변수를 대비하는 시기라는 것이다. 


따라서 조직개편은 매우 소수의 인원이 다수의 거취를 결정하는 일이다.


2. 조직개편은 생각보다 갑작스럽게 진행된다.

이번 조직개편에는 영업조직의 대대적인 변화가 있었다. 지방의 영업조직을 축소하고 신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골자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지방에 가정이 있음에도 본사가 있는 수도권으로 근무지를 이동해야 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그리고 그 통보는 조직이 공식적으로 바뀌는 시기인 2022.1.1의 1~2일 전에 이루어졌다. 하루아침에 인수인계를 시작하고 출퇴근을 위해 집을 알아봐야 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정위치 시기는 약 보름 후이기는 하지만, 특히 해당 지역에서 가정을 꾸리고 살아갔던 구성원들에게는 사람에 따라서는 퇴사를 종용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 그런 과정이 진행된다.

사실 처음에는 과장급 이상인 구성원들만 이런 갑작스런 과정으로 조직개편이 진행되는 줄 알았지만 사원, 대급도 마찬가지의 과정을 거쳤다. 


3. 갑작스럽게 진행된다고 생각되지만 수많은 원인에 따른 결과물이다.

그리고 내 생각에는 이 '3번'의 문장이 가장 중요하다. 조직개편의 실제 과정은 매우 급박하게 진행되지만 그 전부터의 많은 원인과 결과물이 쌓여 지금의 조직개편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계속해서 적자가 쌓이는 사업장은 정리되는 것이고, 기회를 줬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부서는 축소되거나 통폐합된다. 크고 작은 이슈들이 많음에도 줄어들거나 해결되지 못하면 그 팀의 리더는 교체되고 아무리 사원급이지만 그 직무에 적응하지 못하다고 판단되면 새로운 환경에서 시작하라는 의미에서 다른 사업장으로 전출된다. 이 일련의 과정들은 조직개편의 의사결정권자가 1년동안 아니면 몇년동안 지켜보고 있다가 특정일에 (보통 새해가 되면) 한번에 시작하는 것이다.





이번 인사이동은 계속 진행중이다. 아마 이번 조직개편이 적응되려면 최소 한달은 소요될 것이다. 사실 이번 조직개편에 내가 했던 역할은 거의 없다. 이미 만들어진 안을 표로 깔끔하게 정리하는 정도였다. 그만큼 소수의 인원이 회사 전체의 조직도를 결정하는 행위가 이 조직개편이다. 물론 몇년간 봐왔던 조직의 장/단점, 속사정을 가장 잘 알기에 이런 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새해에는 새로운 조직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지 기대되면서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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